낙하하는 저녁. 에쿠니 가오리 "나 이사할까 봐."- 다케오의 말 - 로 시작해서 '이사할까 봐" - 리카의 말 - 로 끝나는 소설. 다케오는 8년간 동거해온 리카에게 집을 나가겠다고 한다. 다른 여자가 생겼다. 다케오는 이사 가고 비싼 방세 부담을 덜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을 하며 거의 밀고 들어오다시피 한 하나코. 바로 다.. 책장 넘기는 소리 2007.01.11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카타야마 쿄이치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나서 아키가 없었던 적은, 지금까지 단 일 초도 없었어. < p174 > *** 이 명대사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된 건 아니지만 워낙 제목이 좋아서 손에 들었다. 소설의 처음은 아키의 부모와 사쿠가 호주 에버리지니 사막에 아키의 유골을 뿌리려고 일본을 떠나는 걸.. 책장 넘기는 소리 2007.01.08
참말로 좋은 날. 성석제 '조화로운 삶'을 주제로 한 강연을 다니는 박희제. 그의 집에는 욕조가 두개 있어서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목욕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기가 세다는, 그래서 명상가들이 '세계의 명당'으로 일컫는 미국의 세도나에 갔다. 겨울을 맞아서는 일본의 온천마을에 가서 살았다. '.. 책장 넘기는 소리 2007.01.06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부엌이다. 그것이 어디에 있든, 어떤 장소이든, 부엌이기만 하면,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장소이기만 하면 나는 고통스럽지 않다. 기능을 잘 살려 오랜 세월 손때가 묻도록 사용한 부엌이라면 더욱 좋다. 뽀송뽀송하게 마른 깨끗한 행주가 몇 장 걸려.. 책장 넘기는 소리 2007.01.04
모데라토 칸타빌레. 마르그리트 뒤라스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 모데라토 칸타빌레 > 1958년 작품. 이 소설을 두 번 읽었으나 모호하긴 마찬가지였다. 역자의 해설을 참조하며 나름대로의 요약을 해두면 오래 기억 될 거 같고 그러다보면 시간이 흐르면서 다소 걸러지고 엑기스만 남을 거 같은 기대로 이 글을 쓴다. 소설이 쓰.. 책장 넘기는 소리 2007.01.01
밥냄새 풍기는 나의 집 서럽다고 하면 정말 서럽지 혼자 앓는 치통같이 서럽지 오십 먹은 여자는 아직 아버지가 있는데 겨우 열 살인 내 딸은 아비가 없어 내 딸이 세상에서 제일로 서러운 줄 알았지 생일인데 축하해 줄 이 없는 오늘만큼은 내가 더 서러운 여자. 오후 늦게 배달 온 장미 백만 송이와 쇼콜라케.. 밥 익는 냄새 2006.12.28
라디오 라디오. 구효서 두부 한 모 크기만한 그 물건을 사려면 쌀을 달구지에 싣고 가야할 형편이었으니까요. 한 톨이라도 쌀을 아끼려고 끼니마다 반 넘어 감자를 섞는 사람들에겐 라디오가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정도의 쌀이면 얼마나 오랫동안 흰 쌀밥을 계속해 먹을 수 있으며, 시루떡이 몇 .. 책장 넘기는 소리 2006.12.23
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같은 것을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사치가 아닐까. 아니 에르노 < 단순한 열정.. 책장 넘기는 소리 2006.12.15
소풍. 성석제 초저녁부터 발밑에서 얼음이 서걱거리는 이 맘때쯤이면 늘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그것은 내가 어릴 때 어른들이 '갱죽' 또는 '갱시기'라고 부르던,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그 무엇이다. 식은 밥과 남은 반찬, 묵은 김치를 썰어 솥에 대충 붓고 물을 넣어서 끓인 음식인데 여유가 있는 집에.. 책장 넘기는 소리 2006.12.05
........ 장석주 사랑은 정본이지만 불륜은 복사본이다. 사랑은 종신형이지만 불륜은 벌금형이다. 사랑은 심해를 달리는 고래의 붉은 눈이지만 불륜은 새장 속에 갇힌 문조의 맑은 눈이다. 시작은 알 수 있으나 끝은 알 수 없는 미궁이 사랑이라면, 불륜은 끝이 보이는 시작이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랑을 .. 책장 넘기는 소리 2006.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