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카타야마 쿄이치

나침반테스 2007. 1. 8. 16:06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나서 아키가 없었던 적은, 지금까지 단 일 초도 없었어. < p174 >

 

***  이 명대사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된 건 아니지만 워낙 제목이 좋아서 손에 들었다.

소설의 처음은 아키의 부모와 사쿠가 호주 에버리지니 사막에 아키의 유골을 뿌리려고

일본을 떠나는 걸로 시작된다. 비극이다. 눈물이 보인다. 그러나 울진 않았다.

책을 읽고 운 최근의 기억은 우행시(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공지영) 일 뿐이다.

 

 

 

아키와 사쿠는 고교 2학년 학생이다. 그들의 사랑에 백혈병이 암초다.

거기에 사쿠 할아버지의 첫사랑이 중첩된다. 그것이 읽는 묘미를 보탠다.

사쿠 할아버지는 손자를 데리고 공동묘지에 가서 자신의 연인의 유골을 한 줌 훔치기도 한다.

나중 할아버지의 사후에 유골을 함께 묻어달라고 한다. 그 일을 사쿠는 하기로 약속을 했다.

사쿠는 할아버지의 그런 인생관에 상당히 긍정적이다.

할아버지와의 일을 아키에게 얘기한 날 둘은 첫키스를 한다. 

할아버지의 연애담은 아키와 사쿠의 앞 날에 대한 암시로 보인다.

 

 

 

 

 매일을 사는 것은 하루하루 정신적인 자살과 부활을 반복하는 것과 같았다. 밤에 잠들 때에는 이대로

두 번 다시 깨어나지 않기를 기도했다. 적어도 아키가 없는 세계에 두 번 다시 깨어나는 일이 없도록.

하지만 아침이 오면 그녀가 없는 공허하고 차가운 세계에 다시 깨어난다. 

그리고 절망한 그리스도처럼 부활을 완수하는 것이었다. 하루가 시작되면 밥을 먹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도 한다.

비가 내리면 우산도 쓰고 젖은 옷을 말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행위에는 아무언 의미가 없었다.

엉터리로 마구 두드린 피아노 건반이 엉터리 소리를 내는 것과 같을 뿐.                <  P192  >

 

 

사쿠는 유골을 조금 남겼다.

다시 어느 '그녀'를 만나고 나서 유골을 아키와 함께 다니던 학교 교정에 뿌린다.     

 

 

**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영화의 런닝타임과 소설 읽는 시간이 거의 비슷하겠다.

잘 읽혀진다. 맘 속에 오래 여울지는 소설은 아니다.

여고생 취향의 소설이라고 하면 여교생들이 화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