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모데라토 칸타빌레. 마르그리트 뒤라스

나침반테스 2007. 1. 1. 14:39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 모데라토 칸타빌레 > 1958년 작품.

 

이 소설을 두 번 읽었으나 모호하긴 마찬가지였다.

역자의 해설을 참조하며 나름대로의 요약을 해두면 오래 기억 될 거 같고

그러다보면 시간이 흐르면서

다소 걸러지고 엑기스만 남을 거 같은 기대로 이 글을 쓴다.

 

 

소설이 쓰여지던 당시만 해도 프랑스 라는 곳도 여자들의 외출이 그리 용이하진 않았나보다.

안 데바레드는 아들의 피아노 수업이 있는 날을 핑계삼아 일탈을 꿈꾼다.

산책도 하고 카페에 들러 포도주도 마시곤 한다.

카페 근처에서 목도한 살인사건, 연인의 주검을 애무하는 죽어가는 남자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주인공.

 

죽음으로 완성되는 절대적 사랑을 찾아 헤매는 주인공의 내적갈등이 암시적 언어로 잘 나타나 있다.

카페에서 만난 쇼뱅과 나누는 대화는 억눌린 욕망의 끄트머리를 슬쩍슬쩍 건드리기만 할 뿐.

 

"아이가 가버리자마자 쇼뱅의 두 손이 안 데바레드의 손으로 다가왔다.

  네 개의 손이 테이블 위에 나란히 놓인다."

 

이처럼 더 이상은 없다.

그러면서 안과 쇼뱅은 상상과 허구 속에서 자신들을 살인사건의 두 주검이라고 믿는 것이다.

 

"당신이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쇼뱅이 말했다.

"그대로 되었어요." 안 데바레드가 말했다.

안 데바레드가 다시 의자로 돌아가 앉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자리에서 비켜났다.

그리고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가 뒤돌아 섰다.

쇼뱅의 손이 허공을 휘젓고 테이블 위로 다시 떨어졌다.

하지만 그 여자는 이미 그가 있는 자리를 떠났기 때문에 그것을 보지 못했다.

카운터에 앉아 있는 남자들의 무리를 헤치고 나온 그 여자는 그날의 종막을 고하는

붉은 노을 속에서 석양을 다시 마주했다.

그 여자가 떠난 뒤 카페 여주인이 라디오 볼륨을 높였다.

몇 사람이 너무 시끄럽다고 불평을 했다.

 

소설의 끝부분이다.

죽이고 싶을 만큼을 말로만 상상으로만 재현할 뿐이다.

 

어느 시대건 가정에만 파묻혀 있는 여자들에겐 분출하고픈 욕구가 억눌려 있다.

생각하는 존재이니까 그렇다. 돌을 던질 수 없다.

요즘 세태를 견주어 보면 훨씬 우아하고 지적이다.

이 소설은 억눌린 욕구에 촛점을 맞춘 것이 아니다.

절대적 사랑의 결실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은 여자의 섬세함이다.

이별없는 사랑의 완성을 죽음으로 종지부를 찍는 결연함에 긍정적이다.

카페에 앉아 모데라토 칸타빌레로 흥얼거리는 남자 주인공의 모습을 그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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