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깊어간다. 구효서 저는 상한 토마토를 아파트 창 밖으로 던진 적이 있습니다. 차를 빼다가 남의 차를 긁고는 모른 척했습니다. 탈 때도 내릴 때도 지하철 개찰구를 뛰어넘은 적이 있습니다. 가책도 없이 신호를 위반했습니다. 5천원 내고 8천원 거슬러 받았을 때 속으로 좋았습니다. 엘리베이트에서 방귀를 뀌고 도망쳤.. 책장 넘기는 소리 2006.09.06
구효서의 "인생은 깊어간다"에서 시골 한낮. 어린 아이들의 귀가 번쩍 뜨이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중천에 뜬 태양이 가지밭이나 고추밭에 헤설픈 금빛을 내려 쪼일 때 들려왔습니다. 앞뒤를 둘러봐도 온통 권태로운 초록투성이여서, 설핏 게으른 낮잠에라도 빠져들기 쉬운 시각에 그 소리는 시원한 소낙비같이 들려왔습니다. '아이스.. 책장 넘기는 소리 2006.09.02
백수 생활 백서. 박주영 2006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박주영의 "백수생활백서" 이 소설은 소설 읽기를 좋아하고 소설책을 모으는 일을 업으로 하고 사는 백수의 얘기다. 어찌보면 백수가 아닐 수도 있고 백수가 맞기도 하다. 또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소설가와 소설 얘기가 많다. 작가가 이 소설들을 읽어보지 않고선 얘기를 이.. 책장 넘기는 소리 2006.08.05
고래. 천명관 지루한 장마도 끝나고 그야말로 뜨거운 맛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비보다는 낫군요. 어디로 더위 피해 가시렵니까? 가려거든 <고래>를 한 마리 데려 가십시오. 제 10회 문학동네소설상에 빛나는 천명관의 장편소설 말입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도 없구요, 신화, 설화와 판타지가 버무려져 있.. 책장 넘기는 소리 2006.07.31
마린을 찾아서, 유용주 우리는 쿠키처럼 파삭거렸다. 아몬드처럼 고소해졌다. 애플파이처럼 엉겨서 새콤달콤했다. 잼과 꿀을 발라먹는 식빵처럼 부드러운 여름날이었다. 치즈같은 시간이었다. 마가린 같은 한 낮이었다. 생크림같은 강물이었다. 호두같은 햇볕이었다. 초콜릿같은 바람이었다. 거품기에 묻혀 올라온 달걀 흰.. 책장 넘기는 소리 2006.07.03
사랑의 목소리. 알리스 페르네 열정이란 삶과 같았다.살아서 고스란히 겪어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인간은 죽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죽고 그 죽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찾아온다. 그 누가 격정과 불꽃같은 열정과 부드러움과 갈망을 품고 키우지 않은 것을 감사히 여길 것.. 책장 넘기는 소리 2006.06.06
세계는 열 명 내외다. 장석주 "남자가 일생 동안 만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여자는 세 사람밖에 없다. 그보다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지. 그러니까 만일 네가 앞으로 여러 여자를 만나고 사귄다고 하더라도 상대를 잘못 고르기라도 하면 그건 모두 쓸데없는 일이 되어버리지. 그 점을 똑똑히 기억해 두는 게 좋을 거야” 하루키의 .. 책장 넘기는 소리 2006.05.04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 680 마흔 일곱이란 알아야 할 것은 다 알아버린 나이. 고매한 명분이든 여자든 더 이상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는 나이니까. 자연은 사람을 배신하는 일이 없으므로, 다만 아름다운 자연에서 위안을 구할 뿐. 조금 시적이고 몽상적이지만.... 하지만 시도 언젠가는 과학적으로 설명되고, 단순한 생리적 분.. 책장 넘기는 소리 2006.04.03
밤이여, 나뉘어라. 정미경 큐피트의 화살도 갖지 못했던 사랑의 동시성과 동분량, 그리고 지속성. 뇌파에 작용하는 약의 효능에 의해 오직 그 한 알의 약을 나누어 복용한 사람 만을 사랑하게 하는 약. 원한다면 방사성 동위원소의 반감기만큼이나 오래 사랑할 수 있는 약. 사랑에서 비극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결국 사랑의.. 책장 넘기는 소리 200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