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밤이여, 나뉘어라. 정미경

나침반테스 2006. 3. 22. 09:44

 

 

큐피트의 화살도 갖지 못했던 사랑의 동시성과 동분량, 그리고 지속성.

뇌파에 작용하는 약의 효능에 의해 오직 그 한 알의 약을

나누어 복용한 사람 만을 사랑하게 하는 약.

원한다면 방사성 동위원소의 반감기만큼이나 오래 사랑할 수 있는 약.

사랑에서 비극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결국 사랑의 비동시성이야.

한 사람은 아직 뜨거운데 한 사람은 오래 전에 불에서 내려놓은 냄비처럼 싸늘한 거지.

아스피린과 페니실린, 그리고 비아그라가 인류가 만들어낸 삼대 신약으로 꼽히지만,

이 약은 그것들을 능가하는 폭풍을 일으킬 거야.

지난 세기부터 인간을 위로해 왔던 비아그라나 보톡스 따위 해피 드러그의 결정판이라고나 할까.

 

 

 

이상문학상 수상작

정미경  < 밤이여, 나뉘어라 > 중에서 P가 연구 중인 신약.

그러나 그의 발상은 알콜중독이 빚어낸 허상일 뿐.

타고난 천재기질은 높이 평가할 만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신한 느낌.

 

노르웨이의 오슬로.

밤이 너무 늦게 찾아오는 곳.

작중의 나는 사흘도 되지 않아 밤이 그립다고 했어.

밤이 그리워서 오슬로를 떠난 건 아니고.. 알콜중독인 친구를 잊으려고

오슬로에서의 사흘을 잊기로 했지. 그것이 도리어 친구를 영원히 기억해주는 것이니까.

 

또 이 소설 속에서 건져 올린 한 마디는

"꿈은 이루어지지 말아야 하는 거야."

꿈이 다 이뤄진다면 다 이뤄지고 나면 무엇에 매달려 살겠어?

꿈은 계속 꿈으로 내 주변을 어슬렁 거릴 때 내가 응시할 곳이 있잖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