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인생은 깊어간다. 구효서

나침반테스 2006. 9. 6. 11:51

 

저는 상한 토마토를 아파트 창 밖으로 던진 적이 있습니다.

차를 빼다가 남의 차를 긁고는 모른 척했습니다.

탈 때도 내릴 때도 지하철 개찰구를 뛰어넘은 적이 있습니다.

가책도 없이 신호를 위반했습니다.

5천원 내고 8천원 거슬러 받았을 때 속으로 좋았습니다.

엘리베이트에서 방귀를 뀌고 도망쳤습니다.

그러고도 무수히 많습니다.

        구효서 <인생은 깊어간다 > 에서

 

 

 

 

저는 쓰레기 버리는 날 아닌데 슬그머니 놓고 왔습니다.

주차 차선을 지키지 않은 차를 열쇠로 긁은 적 있습니다.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도 무임승차한 적 있습니다.

나 모르는 돈이 만팔천원 입금되었는데 기분이 좋기만 했습니다.

내 집 문에 붙었던 전단지를 떼어서 엘리베이트에 붙여놓기도 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담요을 가지고 왔습니다. 칫솔도 가져왔구요, 티스푼도 가져왔습니다....

말하지 못한 거 아직 많습니다.

지금 당장 생각이 안 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