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 / 천상병 강물 천상병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짧아도 긴...詩 2007.06.30
선운사에서/ 최영미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도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 짧아도 긴...詩 2007.06.23
더딘 사랑 / 이정록 더딘 사랑 이정록 돌부처는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 번 하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 짧아도 긴...詩 2007.06.20
산문(山門) - 사랑 / 박두규 산문(山門) - 사랑 박두규 한 시절이 가고 산문을 뒤돌아 나오는데 이적지 말 한 마디 걸어오지 않던 물소리 하나 따라 나온다. 문득 그대가 그립고 세월이 이처럼 흐를 것이다. 뒤늦게 번져 오르는 산벚꽃이여 온 산을 밝히려 애쓰지 마오. 끝내 못한 말 한 마디 계절의 접경을 넘어 이미 .. 짧아도 긴...詩 2007.06.13
민달팽이 연가 / 최상 민달팽이 연가 최상 사랑을 잃고 나는 네가 아프다 집을 놔두고 집 밖에 나와 종일을 울다 네가 떠나간 그 길을 시방 내가 간다 온몸이 부르튼 입술이어서 그 길에 뜨거운 입맞추며 간다 짧아도 긴...詩 2007.06.05
흰 종이배 접어 / 박남준 흰 종이배 접어 박남준 그리움의 종이배 접어 흰 종이배 접어 띄우면 당신의 그 바다에 닿을까요 먼 바람결로도 꿈결로도 오지 않는 아득한 당신의 바다에 닿을까요 그리움의 종이배 접어 백날 삼백예순다섯날 흰 종이배 접어 띄워요 바람같은 당신께로 가는 사랑 흰 종이배 접어 띄워요.. 짧아도 긴...詩 2007.06.01
오랜 만에 쓴 편지 / 백학기 오랜만에 쓴 편지 백학기 많은 날들이 지나갔다. 라고 쓴 뒤 창 밖을 본다 철새들이 날아간 하늘 밖 풍경은 구름떼들이 모여 있다 창 곁으로 다가가 구름의 얼굴, 가슴을 들여다본다 그 곳에도 사람들이 살다 간 흔적들이 묻어 있어 따뜻하다 오랜만에 쓴 편지 속으로 걸어 들어가 내가 편.. 짧아도 긴...詩 2007.05.27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같이는 / 복효근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같이는 복효근 그걸 내 마음이라 부르면 안 되나 토란잎이 투명한 리듬을 빚어내는 물방울의 둥근 표정 토란잎이 잠자면 그 배꼽 위에 하늘 빛깔로 함께 자고선 토란잎이 물방울을 털어 내기도 전에 먼저 알고 흔적 없어지는 그 자취를 그 마음을 사랑이라 부르면.. 짧아도 긴...詩 2007.05.21
개인 날 / 신현정 개인 날 신현정 하늘이 개였다, 흐렸다, 아하, 개이기는 개이려나 보다 비 온 뒤 조금 흐린 날 어디서 지렁이 나와 기고 있는 땅 한 줄 향기롭다. 짧아도 긴...詩 2007.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