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익는 냄새

여치의 꿈

나침반테스 2006. 5. 8. 22:58

 

 

1540

 

정선에 다녀오다.
아이가 재량휴업일로 등교하지  않았고 오늘은 <어버이날>이라
친정 아버지, 어머니 모시고...
일전에 TV 프로 스펀지에서 
<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여치가 우리나라에 있다 > 를 본 아이는
여치 모양의 레스토랑에 가고 싶어했다.
여치레스토랑은 강원도 정선에 있다고 했다.
네이버에 물어보았더니 자세한 설명을 얻을 수 있었다.
가는 길과 거기서 즐길 수 있는 레일 바이크의 재미까지.

 

 

 


 

 

 

오늘 아침 8시 출발. 정선까지는 별 무리없이 잘 갔는데
거기서부턴 도움이 될 걸로 여긴
이정표는 자세하지 않아서 조금 힘들었다.
영동고속도로에서 장평 IC로 진입하고 평창을 지나 정선에 들어서면
그 다음엔 임계 방면으로 가다가 북면의 구절리를 찾아들어야 한다.
정선에서 구절리까지의 길이 모르는 길을 찾아가느라
그랬는지 지루하고 짜증이 조금났다. 배는 점점 고파지고...
S자 길이 이어지고 이어지고 여치레스토랑이 보이자
아이는 환호성을 질러댔다.

 

 


금강산도 식후경, 점심부터 먹고 레일 바이크를 탈 계획을 세우고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그때가 12시 40분.
레일바이크 운행 시각이 13시. 그 다음은 15시.
두 시간 간격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란다.
어쩔 수없이 고픈 배를 움켜쥐고 레일 바이크 탑승권을 샀다.
겉보기완 다르게 기대 이상의 흥미를 안겨주었다.
 

 

구절리에서 아우라지까지 운행하고 중간에 쉬는 곳이 두 군데 있다.
쉬는 곳은 별 매력이 없었다.
경치가 뛰어나 사진을 찍는 장소가 되는 것도 아니었고
옥수수나 찐빵을 사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레일 바이크 패달을 밟느라 아픈 다리를 쉬게 하려는 뜻이라
여기면 된다.

 


아우라지에 내려 셔틀 버스를 타고
애초에 레일바이크 탔던 곳으로 돌아올 수 있다.
나도 돌아와야만 했다. 나의 애마 회장님이 기다리고 있고

아버지 어머니 언니가 겁을 내고 레일 바이크를 타지 않았기에.

 

 

레스토랑 <여치의 꿈>으로 돌아와 늦은 점심을 먹었다.

기다리고 있기 지루했던 친정식구들은  인근 한식집에서 점심을 이미 드셨고

아이와 난 오븐스파게티와 케이준셀러드를 시켜 먹었다.

시장이 반찬이란 말을 대입시키기 무색하게 그 곳의 음식맛은 따봉이다.

서울보다 가격은 약 2000원 정도 싸고 맛은 더 좋았고...

아래층은 식사, 윗층은 카페, 올라가 보진 않았지만 윗층의 커피맛도 일품이지 싶다.

 

 

 

 

 

 

 

친정아버지는 오늘이 어버이날인데도 불구하고 만류하는

내 뜻은 아랑곳도 않고 늦은 식사를 하는 우리를 따라 올라 오시더니

음식비를 지불하고야 나가셨다.

얼마 전에 파킨슨병의 초기 진단을 받았다.

아직은 온전하시지만 때로 2%의 혼미를 보이신다.

상상의 모습을 실제로 착각 또는 커피 마셨는데 안 마셨다고 우기신다.

 

 

정선을 찾아가는 길, 내내 여기가 우리나라의 공원이구나.

스위스를 지구의 공원이라 하기에 갔더니 별 거 아니더구나.

여기가 더 좋구나 하셨다.

올해 봄날씨의 변덕이 강원도의 모습을 아주 오묘하게 빚어내고 있기도 했다.

진달래와 철쭉이 함께 피어있었고 벗꽃도 아직 많았고

어느 곳엔 라일락과 아카시아가 함께 피어있기도 했다.

 

 

 

 

 

 

난 운전만 열심히 했다.

뒷자리에서 딸아이와 놀아주신 아버지 어머니,

고속도로 통행료 내준 언니,

점심은 물론 저녁식비까지도 계산하고야 흐뭇해 하신 친정 아버지.

어버이날이 거꾸로 된 거 같지만 효는 돈으로 하는 게 아니다.

내 의도는 그렇지 않았는데 모시고 나서준 것만도 좋으셔서

기꺼이 주머니를 여신 아버지.

즐겁게 해드리는 것, 그분들이 하고싶은 걸 하게 해 드리는 것,

이것이 진정한 효라 생각한다.


 

'밥 익는 냄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밥냄새 풍기는 나의 집  (0) 2006.12.28
꿈결같이 다녀온 영월 1 - 라디오스타의 무대  (0) 2006.11.11
맑고 향기롭게  (0) 2006.06.27
여치의 꿈 2  (0) 2006.05.09
블로그를 만들며...  (0) 2006.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