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익는 냄새

블로그를 만들며...

나침반테스 2006. 5. 2.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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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만든 지 두 달 남짓 되었다.
만들 때의 생각은 내 소설에 대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독자를 가지겠단 발상에서 였다.
소설을 써본 사람들은 대략 알겠지만 A4용지에 10포인트 글자 크기로 10장에서 12, 13장  분량의 양을 얘기로 만들어낸다.

 


그러자면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때에 따라선 단번에, 하룻 밤 사이에 한 편을 쓸 때도 있지만

글의 짜임새를 잡고 주제를 일관성있게 다루며 오래 전부터 메모해 놓은 것을 한 편의 소설로 정리할 때가 대부분이다.

거기에 소요되는 시간은 들쭉날쭉 대중 없다.

 

 

그렇게 써 놓은 글을 그냥 사장시킬 수도 있다. 그러기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그럴 만한 용기도 없을 때 그 소설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려 한다는 건 더 큰 용기가 뒤따른다.

벌거벗은 자신의 몸을 드러내 놓는 것만큼이나 끔찍한 노릇이다.

 

 

 

 

 

 

 

 

소설은 자기의 분신이 되기도 하고 자신의 경험이 많이 녹아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더러 어떤 이들은 소설 속의 주인공을 작가라고 인정해버리는 오판을 하기도 한다. 아주 아니라곤 말 못하지만 대개는 픽션이다.

 


자, 다시 처음 얘기로 돌아가서 그렇게 쓰여진 소설을 등단이란 난관을 뚫을 엄두도 못 낸 채 약간의 독자를 만드는 걸로 만족하려 했던 거다.

또 블로그에 저장해 놓은 글은 일순간의 컴터 오작동으로 잃어버릴 염려도 없단 계산도 했던 터.
거기에 곁들여진 나의 일생생활의 편린들까지... 그러다보니 좀 더 재미를 배가시키려고 사진도 첨부하고...  그렇게 된 거다.

 

 

블로그 만지는 작업이 아주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컴터를 맘대로 주물럭거리지 못하는 탓도 있고...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 방문은 생각지도 못 했다. 블로그란 세계를 몰랐다고 해야 맞다.

어디를 들락거려야 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남의 블로그를 들여다 보는지, 블로그에 들어갔을 때의 기본 예의도 차릴 줄 몰랐다.

 

 

 

 

 

 

 

 

 

인삿말을 남기는 것도 댓글에 써야 맞는지 교감게시판에 써야 맞는지... 그건 아직도 모르겠다.

어떤 규격화된 무엇이 존재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자유로운 것이 편한 거고 편한 것이 또한 각자의 개성일 테니까. 이런 나만의 생각으로 이렁저렁 두 달을 넘겼다.

 

 

요즘 들어 나의 블로그에 누군가 와서 글을 남겨두고 거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여러모로 블로그 만지는 재미를 듬뿍 누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아직은 "좋은 주말 보내세요" 라든지 "좋은 시간 가지세요" 등의 말은 하질 못한다. 나의 편협이란 걸 인정한다.

그래도 쉽사리 동화되지 못한다.

 

 

내 소설의 독자를 만나는 곳이 여기라면 좀 더 나긋나긋한 자세가 필요치 않을까?

지금 잘 하고 있다고 누가 말해 주면 안 된다. 정말인 줄 아니까.ㅎㅎㅎ  

 

 

 

 

 

 

 

* 사진 ; 오, 설록 박물관 내의 돌확에 담긴 수생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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