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장석주

나침반테스 2006. 12. 3. 22:51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 장석주 >

어떤 일이 있어도 첫사랑을 잃지 않으리라
지금보다 더 많은 별자리의 이름을 외우리라
성경책을 끝까지 읽어 보리라
가 보지 않은 길을 골라 그 길의 끝까지 가 보리라
시골의 작은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과
폐가와 잡초가 한데 엉켜 있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걸어가리라
깨끗한 여름 아침 햇빛 속에 벌거벗고 서 있어 보리라
지금보다 더 자주 미소 짓고
사랑하는 이에겐 더 자주"정말 행복해"라고 말하리라
사랑하는 이의 머리를 감겨 주고
두 팔 벌려 그녀를 더 자주 안으리라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 자주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 보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상처받는 일과 나쁜 소문,
꿈이 깨어지는 것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벼랑 끝에 서서 파도가 가장 높이 솟아오를 때
바다에 온몸을 던지리라.

 

 

 

 

 

 

 

 

 

 

 

***  항간의 어떤 작가는 첫사랑을 못해 봤다던가?

첫사랑을 해보지 못한 것이 아니라 첫사랑과 같은 느낌이 잦아서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닌지.

어느 사랑이 지나고 나서 다른 사랑이 찾아오면 지나간 사랑이 헛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사랑이 존재하기 위하여 지나간 사랑은 발판이 되었나보다 하는 망상에 잠긴다.

 

사랑이 머물러 있을 때 그 사랑을 제대로 읽을 혜안은 저만치 던져놓고 있다.

그러면서 그 사랑을 종내 지키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는지 돌이켜 볼 사이도 없이

다른 사랑에 빠져버린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해도 결코 용납을 못하면서...

그 작가의 말처럼 첫사랑을 가지지 못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사랑의 허상이다.

첫사랑을 가졌을 리 만무하다.

 

사람마다 다른 잣대로 말하는 첫사랑.

나름대로의 첫사랑의 정의를 가졌다면

첫사랑 같은 느낌의 사랑이 다시 온다면 이 시처럼 해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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