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올로 코엘류

나침반테스 2006. 10. 23. 08:55

 

 

 

 

 

 

첫번째 이유, 그녀의 삶은 이제 모든 것이 너무 뻔했다. 젊음이 가고 나면 그 다음엔 내리막길이다.

어김없이 찾아와서는 돌이킬 수 없는 흔적을 남기는 노쇠와 질병들, 그리고 사라져가는 친구들.

이 이상 산다고 해서 얻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고통의 위험만 커질 뿐이었다.

 

두번째 이유는 보다 철학적인 것이었다. 신문과 텔레비전을 통해 그녀는 세상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로서는 그러한 상황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자신이 세상에 아무런 쓸모가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파올로 코엘류 <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에서

 

 

 

 

 

 

 

 

 **  베로니카가 살고 있는 슬로베니아.

난 가보지 않았다. 겨울이 길고 그 계절엔 눈이 질척이고 음습하리라.

베로니카가 그런 곳에 살았기에 자살결심을 한 것은 아니지만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늘 파란 하늘을 즐겨 볼 수 있는 곳이었다면 죽으려 했을까? 사람마다 성향은 좀 다르겠지만...

베로니카가 죽으려 결심한 이유 두 가지를 나도 절실히 느낀 적이 있고 요즘도 시시때때로 절감한다.

그렇다고 그 이유만으로 죽으려 해보진 않았다.

 

 

베로니카는 수면제 4통을 먹었다. 약기운이 몸에 퍼지는 부분을 읽으면서도 나는

베로니카가 손가락을 목구멍 깊숙히 넣고 약을 토해 내기를 원했다.

독자들의 마음은 대체로 이러하리라.

 

 

거의 삼 주 후에 베로니카는 깨어났다.

그 곳은 빌레트라는 정신병원이다. 이 소설의 대부분은 여기 빌레트에서의 얘기가 대부분이다.

그곳에서 만난 마리아, 나중 그곳을 함께 탈출하는 에뒤아르, 제드카..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심실의 회저(신체조직의 일부가 썩어 기능을 잃게 병)가 있어 베로니카는

머잖아 죽을 거란 선고를 받는다. 겨우 일주일정도...

그러나 그 선고는 빌레트 원장 이고르 박사의 실험적인 처방, 즉 환자에게 죽음을 자각하게 하여

오히려 죽음을 딛고 살고자하는 의욕을 갖게 하는 방법이 실효를 가두게 된다.

곧 죽을 줄로 알고 행동하던 베로니카는 살고싶은 의욕을 느끼며 에뒤아르와의 사랑도 얻게 된다.

 

 

대략의 줄거리이지만 베로니카가 죽음을 극복하는 과정, 좀더 정신적인 면을 눈여겨 봐야 한다.

또 미친 사람과 미치지 않은 사람의 경계는 확연하지 않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