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빛의 제국. 김영하

나침반테스 2006. 9. 19. 13:59

 

 

말 달리자

꿈을 꾸는 문어단지

너무 일찍 도착한 향수

권태의 무게

바트 심슨과 체 게바라

하모니카 아파트

평양의 힐튼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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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 빛의 제국 > 목차

 

 

 

 

 

이 소설은 서문도 발문도 없다.

목차만 가지고 대략의 감을 잡아야 하는데 그 또한 곁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 만으로도 상당히 진보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소설의 소재는 진부하다.

이 시대에 간첩이라니...?

 

이 글에 대한 사전지식도 없었고 작가가 김영하라는 것만 보고 책을 구입했다.

5,60 페이지 읽다보니 간첩의 얘기라는 걸 알았다.

소설 자체가 간첩같이 내게 왔다.

 

 

 

고정간첩, 기영은 남파되어서 신분을 새로 만들고 대학입학을 한다.

학교에서 마리를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고 딸 현미를 낳아 세 식구가 단란하게 산다.

기영은 외국영화수입업자이고 마리는 외제차 판매점의 직원이다.

기영이 어느날 출근해서 북으로 들어오란 지령을 받고부터 만 24시간에 걸쳐 벌어진 얘기이다.

정확히 말하면 기영이 깬 아침 7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무렵까지다.

북에서 그를 부른 건 거의 20년 만이다.

완전히 간첩 아니게 살아가던 기영은 자신이 간첩임을 재인식할 정도로 남쪽에 흡수되어 살았다.

북에서 21년 살았고 남에서 21년 살았다.

 

 

오래 동안 묻어둔 것을 들추지 않으면 그대로 잊혀질 수도 있었는데...

다른 일들도 그렇지 않을까?

잊고 싶으면 들춰내지 말고 묻어버리면.

 

소설로서 갖춰야 할 첫째요소는 지녔다.

우선 재미있으니까.

소재는 진부하지만 풀어내는 방법은 상당히 감각적이다.

젊은 작가의 작품, 특히 김영하의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