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명두. 구효서

나침반테스 2006. 10. 9.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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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젖을 먹이지 않는다.금방 태어난 아이는 굶겨도 금방 죽지 않는다.

사나흘이 지나면 비로소 아이가 사지를 버르적거리며 죽을 듯이 운다.

그럴 때 어두운 항아리에 처넣고 뚜껑을 닫는다. 아이는 허기와 어둠과 한기에 갇혀 죽음을 직감한다.

그렇게 하루 이틀을 더 보내고 나면 아무리 갓난아이라 할지라도 바깥으로 나오려고

맹렬히 뚜껑을 밀친다.

 

커다란 돌을 뚜껑 위에 앉는다.

세상 경험을 전혀 하지 못한 아이의 공포는 그만큼 순명하다.

마침내 돌을 얹은 뚜껑마저도 들썩거린다.

잘 벼린 창칼을 들고 있다가 뚜껑 사이로 비어져 나온 손가락 하나를 단숨에 끊는다.

아이는 항아리의 어둠 속으로 굴러 떨어지며 발악을 한다.

 

몇 개의 돌을 더 뚜껑 위에 얹는다. 아픔과 공포 속에서 아이는 영문을 모른 채 죽어간다.

어떤 불순물도 섞이지 않은 순수한 원한이다.

그렇게 얻은 아이의 손가락을 명주천에 싸서 보관한다.

꾸덕꾸덕 마를 즈음 그것을 젖물이 흐르는 가슴에 두르고 백 일을 지낸다.

그렇게 아이를 얼러서 자신의 용도대로 원혼을 부리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 가진 그 유골을 명두(明斗)라 하기 때문에 그녀의 별명이 명두집이 된 것이었다.

                                         

                                                     황순원 문학상 수상작   구효서의 <명두> 에서

 

 

*  이 소설은 사람이 주인공이 아니다. 굴참나무가 "나"로 표현된 일인칭 관찰자 시점의 소설이다.

굴참나무가 명두집, 그녀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상을 수상하게 되어 얼른 사서 봤다.

어느 부분은 여기 인용한 대로 좀 엽기적이다.

 

수상소감에서

 

흥행에 성공한 작품에 주는 상- 대종상

대종상의 존재 이유

굉장히 영화적이다.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작품에도 주는 상- 문학상

문학상의 존재 이유

굉장히 문학적이다.

 

피력했듯이 문학성이 짙은 소설이다.

책표지에 나온 작가의 일러스트는 그리 미남이 아니고 얼굴이 둥그렇다.

그러나 실물은 상당히 미남이고 얼굴은 샤프하고 예리하게 생기셨다.

작가님 앞이 아니기에 더욱 미화시킬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