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이 인간이 정말, 성석제

나침반테스 2013. 11. 19. 18:50

 

 

 

 

 

 

 

 

성석제스럽다, 라는 말이 이젠 전혀 어색하지 않다.

거의 20년의 작가생활이 만들어낸 작가 나름의 빛깔이 선명한 단편집이다.

 

유년기의 어느 한 때 사리분별 잘하고 나의 위기를 순탄하게 처리해준 친구.

커가면서 인생의 거의 모든 시간을 그 좋은 언변으로 사기꾼으로 살아온 동창생이 주인공인 "홀린 영혼"

 

품위를 갖춰 만나는 소개팅 자리에서

앞에 놓여지는 음식에 대해 그것이 이 식탁에 오기까지의 각종 폐해를 있는 대로 열거하는 엇나간 박식함.

끝내는 "됐다 새끼야, 제발 그만 좀 해라" 에서 독자를 일순 통쾌하게 만드는 "이 인간이 정말"

 

어린 시절 동창생들 모두가 거의 좋아한 미모의 이민주.

그녀의 미모가 빚어낸 이혼, 계주, 사기꾼, 도피, 체포, 감옥생활, 산전수전공중전....

이런 단어로 점철된 그녀를 중년이 되어 만나는 자리. "찬미"

 

 

 

자본주의의 그늘이 만들어낸 인물들, 도회와 자연의 경계가 모호한 소도시에 적합한 인물들.

법제도를 약간 벗어나는 인간들. 그러면서 과장과 능청이 질펀한 인물들.

성석제가 만들어내는 인물들에 독자들은 일말의 연민을 넘어 적선을 베풀고 싶어질 듯한...그런...

그래서 독자들은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뭔지 모를 위안을 받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