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도자기박물관, 윤대녕

나침반테스 2013. 10. 4. 15:37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한 사람.

가슴 한 켠이 서늘해지기도 하고 내 지난 날 어느 한 부분을 위로받기도 하고

이번엔 그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책을 놓을 땐 눈물이 살큼 번지기도 한다.

문장이 너무 좋아서 작가의 따뜻한 감성이 좋아서 그 나름의 인생철학이 진지해서...

 

일곱 꼭지의 글이 모여진 단편집.

20년 전의 대학선배와 하룻밤 지낸 일이 내도록 잊히지 않는 "비가 오고 꽃이 피고 눈이 내립니다"

동성에 대한 사랑으로 새우잡이 배에까지 따라간 일생의 비밀 "반달"

성폭행 당하고 자살한 아내의 장례도 제대로 치루지 못하고 도자기에 미쳐 전국을 주유하는 "도자기박물관"

 

무엇보다 서로가 지닌 상처를 사랑으로 보듬는 "통영 - 홍콩 간"이 가장 좋았다.

언제부턴가 퇴색되고 남용되는 사랑이라는 말이 여기에선 가장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백과 숙의 사랑, 서로가 상처를 지닌 상태로 조우한 곳이 홍콩이라는 객지였기에 다가가기 쉬웠을 수도 있다.

홍콩에서 돌아와 결혼식은 하지 않았지만 혼인신고하고 일년을 함께 살았다.

백에게는 집안 대대로 유전되다시피 하는 불치병에 대한 공포심이 늘 따라다녔고

동시에 사랑하는 여인에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자존감이 백을 가출하게 했다.

 

그러고도 6년 9개월만에 통영에 내려가 입양한 딸 하나 데리고 살고있는 숙을 만난다.

통영을 거쳐 다음으로 간 곳은 숙과 처음 만나  함께했던 홍콩의 여러 곳을 여행한다.

죽음의 준비....과거를 아름답게 다시 반추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여행.

 

거기서 객사를 한다해도 나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7년을 더 살 수 있었는데, 하는 숙의 푸념 섞인 악담도 있지만

둘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는 입양딸.

통영으로 돌아오라는 엄마의 말을 전한다.

 

우리네 인생, 소설같은 인생, 소설보다 더 구구절절이 엉킨 인간관계.

용서할 수 있을 때 용서하며 아량을 베풀며 살아갈 일이다.

너무 소설 속에 갇히며 지내는 건 아닌가 할 때도 있지만 늘 작가들은 크게든 작게든 한 마디씩 던져준다.

그걸 가려 잘 수용할 때 내 삶도 조금 더디게 때묻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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