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의 자전적 소설.
문학적 전통으로 볼 때 교양소설(Bildungsroman) 계열에 든다.
교양소설이란 젊은이가 인생과 사회에 눈떠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괴테의 <빌헬름마이스터의 수업시대> 를 원조로 하고 있는 것으로 19세기 유럽에서 유행하였다.
소설의 제목은 스피노자의 윤리학 제 4부의 제목 <인간의 굴레, 또는 정서의 힘에 대하여> 에서
따왔음을 밝히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 필립이 지닌 굴레.
다리를 저는 장애, 일찍 부모를 여읜 외로움, 종교로부터의 자유, 심미적 삶을 추구하는 욕구,
밀드레드에 대한 정념과 그로 인한 예속 또는 자유, 물질적 궁핍.
이러한 것에서 삶이 구속되고 얼마쯤 자유로와지고 뒤이어 또다른 굴레가 씌워지고...
이것이 바로 누구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삶의 과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서머싯 몸은 일찍 부모를 여의고 숙부 슬하에서 성장하였다.
켄터버리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숙부로부터 또는 종교로부터 자유로와지고 싶어 독일유학을 하게 된다.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공인회계사수업을 받았으나 그마저 적성에 맞지 않아
성토마스 병원 부속의학교에 들어가 의학공부를 시작.
그러나 다시 문학으로 눈을 돌려 왕성한 창작의욕으로 장편, 단편 희곡까지 써내며 작가로서 인정을 받는다.
< 친구를 기다리는 창가의 풍경 >
소설 속의 필립 또한 거의 같은 인생역정을 겪는 것으로 표현되었으나
독일유학에 뒤이어 프랑스로 그림공부를 하러 가는 부분은 소설에만 나타난다.
정숙하지 못한 여자 밀드레드를 향한 삐뚤어진 사랑 또한 실제와는 사뭇 다르다고...
또 소설은 밀드레드에게서 완전히 헤어나 새로운 여인 샐리를 만나 청혼하는 부분까지만 나와 있다.
자전적인 소설이지만 상당부분은 허구를 포함한 글이다.
어느 누구든 자신의 앞날을 내다볼 때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살다보면 갖가지 우여곡절을 다 겪게된다.
그럴 때 인도해 주는 누가 있다면 참 다행스럽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이런 책은 인생관 확립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주인공이 겪는 궁핍, 여자를 향한 정념, 느닷없이 진로를 바꾸는 일,
정열을 쏟은 분야에 재능이 보이지 않는다거나...
코너에 몰리는 주인공을 보며 도리어 세상을 보는 지혜를 얻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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