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나무가 말하였네, 고규홍

나침반테스 2008. 4. 16. 22:29

 

 

 

 

시가 된 나무

나무가 된 시

 

 

 

나무를 소재로 쓰여진 시를 찾아 읽게 하며

나무가 없었다면 시가 존재하지 않았을 법한 시들만 모아놓은 책이다.

 

 

 

 

 

 

소태나무

 

고영민

 

그녀와 나 사이에는

커다란 소태나무 한 그루가 있다

 

수숫빛 그늘을 치는 소태나무에게 갈 때면

그늘 밖 내가 소태나무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어

가는 동안 내내

속이 훤히 내다뵌다

 

소태나무 속은 쉬 어둡고

먼저 온 그녀는 온종일 쓴 입맛을 다신다

눈 먼 새들이 계절 밖에 나가

눈먼 알을 낳고 눈먼 새끼를 데려오는 동안

소태나무 밑에는 그녀와 나의

초조한 발자국이 여럿

 

소태나무 아래 돌벤치로 잎새가 지고

가랑이를 오므린 그녀와 내가 나란히 앉아

소태나무의 그 입맛으로

피고 진 꽃도 없이

그녀와 나의 입맞춤도 쓰고,

온기溫氣도, 포옹도 쓸 터이니

 

무엇일까

오늘도 그림자를 드리우는 너의 말은

먼데서 어줍고

 

그녀와 나 사이에는

커다란 소태나무 한 그루

 

 

 

 

* 소태나무 : 잘 자라면 12m가지 자라는 나무이며, 나무줄기의 껍질은 적갈색을 띤다.

초여름에 황록색으로 꽃을 피운다.

잎이나 줄기 껍질에는 콰시아라는 성분이 있어서 매우 쓰다.

한 번 씹으면, 물로 헹궈내도 그 맛이 제대로 가시지 않는다.

소화불량이나 식욕부진 등일 때 위를 보호하는 용도로 많이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