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나침반테스 2008. 5. 8. 20:24

 

 

 

 

 

내가 가보지 않은 그리스로의 여행충동이 확 불붙는다.

"나"와 "조르바"가 많은 시간을 함께 한 크레타섬이 어떤 곳인지 가보고 싶다.

독서는 또 이렇게 다른 새로운 무엇으로 점화되는 계기가 된다.

 

 

 

 

나는 광산개발사업을 벌이러 크레타섬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

배 안에서 산투리(기타의 일종)를 안고 있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몇 마디 대화를 나누지도 않았지만,

 

그렇다. 나는 그제야 알아들었다. 조르바는 내가 오랫동안 찾아 다녔으나 만날 수 없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는 살아있는 가슴과 커다랗고 푸짐한 언어를 쏟아내는 입과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

아직 모태(母胎)인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였다.                 < P19 >

 

 

곡괭이와 산투리를 함께 다룰 수 있는 사람, 조르바는 내게 채용되었고 크레타섬으로 함께 향한다.

나는 크레타 섬에서 갈탄광 개발이나 광산과 해안을 연결하는 케이블설치나

인부를 다루는 일, 먹고 마시는 일까지 오로지 조르바에게 의존하며 지낸다.

 

 

 

 

 

 

 

그때 내 뒤로 행복에 겨운 목소리가 들렸다.

조르바가 일어나 반라의 몸으로 문께로 나선 것이었다.

그 역시 봄 풍경에 화들짝 놀란 것이었다.

- 저게 무엇이오?

그가 놀라도 크게 놀라면서 물었다.

- 두목, 저기 저 건너 가슴을 뭉클거리게 하는 파란 색깔, 저 기적이 무엇이오?

당신은 저 기적을 뭐라고 부르지요?

바다? 바다? 꽃으로 된 초록빛 앞치마를 입고 있는 저것은?

대지라고 그러오? 이걸 만든 예술가는 누구지요?

두목, 내 맹세코 말하지만, 내가 이런 걸 보는 건 처음이오!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 P260 >

 

 

호쾌한 야생마같은 기질의 사람이면서 순수하고 여린 면도 보인다.

봄 풍경을 보고 감탄하는 모습이 어린이같은 조르바.

강인하면서도 여린, 마초기질을 가진 듯 하지만 영혼이 자유로운 사람만이 헤낼 수 있는 행동.

조르바는 실제 인물이라고...

 

"나"는 붓다에 대한 글씨기를 하며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고

조르바는 광산에서 일을 했지만...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돈, 사람, 고가선, 수레를 모두 잃었다.

우리는 조그만 항구를 만들었지만 수출할 물건이 없었다.

깡그리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그렇다. 내가 뜻밖의 해방감을 맛본 것은 정확하게 모든 것이 끝난 순간이었다.

엄청나게 복잡한 필연의 미궁에 들어 있다가 자유가 구석에서 놀고 있는 걸 발견한 것이었다.

나는 자유의 여신과 함께 놀았다.                < P330 >

 

 

크레타섬에 머물 이유가 없어졌고 나와 조르바는 헤어진다.

몇 년 뒤 그의 죽음을 예감한 내게 그의 죽음을 알리는 편지가 배달되었다.

 

소설 속에서 내가 조르바를 인생의 스승으로 여겼던 것 같이

지은이는 실존인물 조르바를 니체, 베르그송, 호메로스, 붓다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고 존경하고 있다.

진정한 자유인, 조르바.

그의 정신은 영원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