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나가사키 파파, 구효서

나침반테스 2008. 3. 30. 21:51

 

 

 

 

 

아버지, 우리에게 아버지란 어떤 존재인가?

너무도 가까와서 생각지 않고 살았나보다.

아버지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또 과연 무얼까?

그걸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나, 한유나는 아버지를 찾아 일본땅 나가사키로 갔다.

같이 살았던 아버지가 아니라 주변 인척들이 다 그렇게 말했고 그렇다고 인정한

친혈육의 아버지를 찾아 나섰다.

나가사키의 "넥스트도어"란 음식점에 조리사로 취업하여 느긋하게 차근차근

아버지의 흔적을 살펴나간다.

 

 

열 살 때부터 죽어라 음식을 만들어왔으면서도 지겨운 지 모르는 소심한 대꼬챙이  쓰쓰이,

쓰쓰이처럼 얻어맞고 왕따당했으면서도 필사적으로 웃다가 웃음이 굳어버린 어린 히데오,

사랑이 뭐라고 삼십 년 넘는 세월을 오로지 한 여성 곁에만 있어온 헐헐헐헐 오오카,

여리디여려 꺾일 것만 같은 숙주나물 사토,

엄마가 보고싶어 눈물짓지만 죽어도 '그곳'으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아이코,

생기는 것 하나 없이 작은 스쿠터에 물감을 싣고 세상의 온 벽을 찾아

그리고 칠하기만 하는 떠돌이 기구치,

뒤늦게 아버지의 절망에 사로잡혀 사무치는 저 못 말리는 미루언니...,

그들을 나는 식구라고 말한 걸까. 서로를 조금도 구속하지 않는 그들을, 무슨 유대감으로 식구라 할까.

                                                         < P299 >

 

넥스트 도어에서 구성원의 설명으로 소설의 한 부분을 인용해 봤다.

 

그들과 조화를 이루며 나가사키에 머무르고 있는 동안,

나의 출생의 비밀이 엄마의 고백적 이메일로 간간이 끼어드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내가 찾고 있는 아버지는 친아버지가 아니지만 그가 젊은 시절 엄마에게 지나치게 헌신적이었기에

주변 사람들조차 친아버지로 오인할 만큼 대단한 존재였고 나를 일본땅에까지 오게 만든 사람은

파파라 불러도 별 무리가 없게 받아들여진다.

엄마의 젊은 시절의 연애풍습과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의 가벼운 애정관이 교직되어 표현된 것이

이 소설의 장점으로 읽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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