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나침반테스 2008. 3. 19. 16:27

 

 

 

 

"청소년권장도서" 란 문구가 도드라져 보이는 책이지만...

앞으로 지수도 읽을 텐데... 하며 미리 읽어둘 때가 더러 있고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과 고민 거리가 뭔지 알고 싶기도 해서 읽게 된다.

 

 

 

 

 

 

한 걸음만 나서면 곧 사회로 나가는 고교졸업반 학생들의 얘기다.

남녀공학인 북고의 전통은 매년 수학여행 대신 24시간이 걸리는 보행제를 실시하고 있다. 

아침 8시에 학교를 출발하여 다음날 그 시각에 학교로 돌아오는 하루 동안으로 구성되어 있다.

 

걷다가 쉬고 걷다가 식사를 하고 또 걷고...

해가 중천에 떠오르고 해가 지고 주변의 풍경이 달라지고

그러면서 쉬는 시간에 친구들을 만나 얘기를 주고받고

거의 도착점에 이르렀을 때엔,

 

언덕길을 오르는 학생들의 얼굴은 이미 인간의 얼굴이 아닌 것 같다. 통증조차 마비되고, 입에서는

헉헉거리는 소리만 새어나올 뿐,무릎은 지쳐서 힘은 빠지고 발은 감각이 없다. 표정도 사라지고 소리도

없고, 탈보다도 무표정한 생물의 무리.           < P226 >

 

육체적 고통을 수반한 극기의 모습을 체험하려는 열기 속에서도 

도오루와 다카코는 보이지 않는 팽팽한 감정의 끈을

느슨하게 만드는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도오루와 다카코는 이복남매다.

같은 나이, 같은 반, 같은 아버지, 다른 어머니.

그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의 흐름.

말도 한 번 나누지 않으며 일년을 마치려는 즈음에 와서야 서로의 위치를 이해하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안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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