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미안한 마음, 함민복

나침반테스 2007. 10. 5. 18:45

 

 

 

 

 

 

 

 

함민복의 산문집, 제목이 미안한 마음이다.

웬지 이 책을 읽어주지 않으면 또는 사주지 않으면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을까?

전혀 시인의 마음과는 무관한 얘기를 나혼자 하고 있다.

아주 소극적인 방법으로 시인의 밥을 벌어주고 싶은 나의 마음이다.

 

강화도에서 늙은 홀애비 시인으로 사는 궁핍함,

마을사람들과 어우러지는 어부로서의 이야기,

지난 날 고향에서의 추억, 술자리 얘기...등으로 꾸려진 산문집이다.

 

그의 얘기를 들어주고 호응해주고

그리하면

홀로 사는 시인의 옆구리가 뜨뜻하지 않을까? 하는 바램이다.

 

 

 

 

 

 

밤길을 여러 번 걸어 보았습니다.

밤에 길을 걸으면 길이 잘 들립니다.

길의 냄새가 잘 맡아집니다.

길이 조용합니다.

조용해서 소리의 길이 되기도 합니다.

논물 잡아놓은 논에서 개구리 울음소리가 미끈미끈 넘어와 길을 지나기도 하고요.

울음 선생 소쩍새 강의를 들을 수도 있지요.

잠시 걸음을 멈추어 서면 길이 얼마나 과묵한가를 느낄 수도 있고요.

아마 다들 경험 있으실걸요.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는 .

그때는 머리카락을 손이나 모자로 눌러주면 맘이 편안해집니다.

                                    < P45 > - '밤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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