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칼자국, 김애란

나침반테스 2007. 10. 10. 21:32

 

 

 

김애란 ; 1980년 인천에서 태어나다.

                    제 38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

 

 

 

 

젊은 작가들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다.

그녀의 소설집 < 달려라 아비 >를 읽은 뒤 만난 또 한 편의 글, < 칼자국 >

황순원문학상 후보작이다.

여러 편의 후보작 중에서 내 감성을 자극하는 소설이다.

 

그녀의 소설은 늘 가족 얘기로 맴돈다.

특히 자유로운 아버지, 가족의 부양의무를 회피하는 아버지,

그러면서도 즐거운 아버지의 모습을 많이 그려냈다.

 

이번엔 어머니다.

역시 가족의 생계를 전적으로 책임지지 못하는 무능한 아버지가 나온다.

그러다보니 어머니는 국수가게를 한다.

투철한 직업의식으로 작은 국수가게나마 튼실히 꾸려간다.

 

생일이면 양지살을 찢어 미역국을 끓이고, 구정에는 가래떡을 뽑고, 소풍날은 김밥을,

겨울에는 동치미를 만들어주었다. 그사이 내 심장과 내 간, 창자와 콩팥은 무럭무럭 자라났다.

음식에 난 칼자국들 역시 내 몸속을 어지럽게 돌아다니며 나를 건드렸다.

나는 그 사실을 몰라 더 잘 자랐다. 한 해가 지나면 어머니는 가래떡을 썰고,

다시 한 계절이 지나면 푸른 콩을 삶아 녹색두부를 만들었다. 나는 더운 음식을

먹고 자랐고 그 안에선 늘 신선한 쇠 냄새가 났다.  

 

그리 비싸지도 않고 품질이 좋은 칼도 아니건만 어머니는 어머니가 지닌 칼로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식구들을 배불리고 가게에 오는 손님들의 입을 즐겁게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국수를 삶던 어머니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돌아가시고...

그때쯤 나는 결혼을 해서 첫 아기를 임신하고 있었다.

상중에 잠시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집에 들렀던 나는 어머니의 칼로 사과를 깎아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