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한글날이 다가온다.
이 즈음에 읽기 딱 좋은 책이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할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역사적인 사실(Fact)에
허구(Fiction)가 잘 버무려진 Faction 한 편을 소개한다.
이정명의 <뿌리깊은 나무>.
요즘 베스트셀러이고 한참은 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인기를 얻을 만한 책이다.
경복궁 내의 열상진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자소, 집현전, 경회루, 아미산에서도 살인사건은 계속된다.
나중엔 왕의 침전인 강녕전에서 범인들과 맞대결이 벌어지기까지...
겸사복(왕실친위군)강채윤이 온몸을 던져 범인색출에 나선다.
역사적인 고증과 수학, 천문학, 언어학, 해부학, 건축, 미술, 음악 등
다방면의 방대한 지식이 총망라된 이야기다.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데에는 실제로는 있지도 않은
<고군통서>라는 책이 크나큰 역할을 한다.
명나라에 대적하여 우리 조선의 자주성을 강조한 책의 내용은
훈민정음창제의 동기에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예로부터 이 나라는 고유의 말과 풍속을 지녔으니 중국의 속국이 아니고 제후국은 더더욱 아니다.
그래서 고려 또한 왕이 아니라 황제라 칭하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새로 군왕이 등극한다 하여
중국에 사은사를 보냄은 어인 까닭인가? 스스로 나라를 칭하는 이 땅에서
군왕을 세우는데 어찌 명나라 허락이 필요한가? 군왕이란 그 나라의 하늘과 땅과 백성이
내는 것인데 어찌 대국이라 하여 그 천명을 좌지우지 할 것인가?
나라의 군왕과 신하와 백성의 힘으로 바로 서야 하거늘 어찌 대국의 힘에 기대어 서려 한다는 말인가?
그렇게 선 군왕이 어찌 백성을 안위케 할 것이며 나라의 융성을 도모할 것인가?
중국이 대국이라 하나 이 나라를 세우는 데 털끝 하나 관여한 바 없다.
.................................
...............................................
< P122 > "고군통서"의 내용 일부분.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혼재되어 있지만
세종대왕이 백성을 사랑하는 진실 하나만은 돌올히 드러난다.
치밀한 복선으로 얽힌 이야기의 진행, 현실감과 박진감이 두드러지는 사건전개,
얽히고 설킨 의혹과 긴장과 반전이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할 만큼 흥미롭다.
한글날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서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애국자가 된 기분이 든다.
'책장 넘기는 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칼자국, 김애란 (0) | 2007.10.10 |
---|---|
미안한 마음, 함민복 (0) | 2007.10.05 |
달로 간 코미디언, 김연수 (0) | 2007.09.29 |
파이 이야기, 얀 마텔 (0) | 2007.09.21 |
바리데기, 황석영 (0) | 2007.09.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