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능력, 그 한계는 어디일까?
끝이 없는 것일까?
더구나 위기에 닥쳤을 때 발현되는 상상를 뛰어넘는 능력,
경이를 넘어 감탄을 넘어 뭐라 표현하면 좋을까?
여기 16세의 소년이 있다.
망망대해에서 자신의 목숨을 호시탐탐 노리는 호랑이와 함께 보트에 실려 떠간다.
보트 옆으론 상어떼가 종종 출몰하여 소년을 위협한다.
오로지 지나는 배에 발견되기만을 바라며 떠간다.
1977년 7월 2일 ~ 1978년 2월 14일, 227일간의 항해.
참으로 사실적으로 쓰여졌다.
그러나 소설이다.
소설이지만 우리는 이 이야기를 실제와 같다고 믿어버린다.
작가의 역량을 넘어 작품의 수준이 뛰어나 실제라고 믿을 수 밖에 없다.
1부 / 토론토와 폰디체리
2부 / 태평양
3부 / 멕시코 토마틀란의 베니토 후아레스 병원
1부에선 파이의 이름과 종교관이 주를 이룬다.
1970년대의 인도의 정치적인 변화는
동물원을 경영하며 유복하게 살아가던 파이네를 캐나다로 이주하게 만든다.
그 많던 동물원의 동물들을 여기 저기 팔고 아메리카 쪽에 팔려갈 동물들과 함께
일본 화물선 '침춤'호를 타고 먼 여행길은 시작된다.
배는 마닐라를 떠나 태평양에 들어설 때 침몰하고 만다.
소년이 정신을 차렸을 때 구명보트엔 하이에나, 오랑우탄, 뱅골 호랑이,
각각 한 마리씩과 다리 다친 얼룩말이 타고 있었다.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었다.
하루 이틀 사이에 약육강식의 처절함은 호랑이 한 마리와 소년만 남기는 형국이 되었다.
호랑이와 남겨졌을 때 호랑이를 제압하는 힘은 소년이 어린 시절부터 동물원에서 컸기에
동물을 길들이는 법을 조금은 알고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소변으로 영역 표시를 한다든지 시선이 마주쳤을 때 피하지 않는다든지...
그러면서 야성의 호랑이와 좁은 보트 안에서 지낸다는 것은 늘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목숨이었다.
그가 죽으면 절망을 껴안은 채 나 혼자 남겨질 테니까. 절망은 호랑이보다 훨씬 무서운 것이 아닌가.
내가 아직도 살 의지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리처드파커(호랑이의 이름) 덕분이었다.
그 때문에 나는 가족과 비극적인 처지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나를 계속 살아있게
해 주었다. 그런 그가 밉지만 동시에 고마웠다. 지금도 고맙다. 이것은 분명한 진실이다.
리차드 파커가 없다면 난 오늘도 이렇게 살아 여러분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했을 것이다.
< P 207 >
보트 안의 비상식량을 먹기고 했지만 호랑이를 위하여 낚시를 하고
먹을 것이 생기면 먼저 호랑이를 먹였다.
뜨거운 태양과 때로는 폭우와 높은 파도와 상어떼와 무시로 달려드는 공포심과
내가 그런 상황에 놓여졌다면 어땠을까를 책을 읽는 도중 수도 없이 생각해 보았다.
정말로 사랑해. 사랑한다. 리처드파커. 지금 네가 없다면 난 어째야 좋을지 모를 거야.
난 버텨내지 못했을 거야. 그래 못 견뎠을 거야. 희망이 없어서 죽었을 거야. 포기하지 마.
리처드 파커. 포기하면 안 돼. 내가 육지에 데려다 줄께. 약속할께, 약속한다구!
< P 292 >
정말 그들은 육지에 다달았다.
그러자 마자 호랑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멕시코 밀림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리처드 파커, 다 끝났다. 우린 살아남았어. 믿을 수 있니? 네게 도저히 말로 표현 못할 신세를 졌구나.
네가 없었으면 난 버텨내지 못했을 거야. 정식으로 인사하고 싶다. 리처드파커, 고맙다.
내 목숨을 구해줘서 고맙다. 이제 네가 가야 될 곳으로 가렴.
너는 평생을 동물원의 제한된 자유 속에서 살았지. 이제 밀림의 제한된 자유를 알게 될 거야.
잘 지내기를 빌게. 인간을 조심해야 한다. 인간은 친구가 아니란다.
하지만 나를 친구로 기억해주면 좋겠구나. 난 널 잊지 않을 거야. 그건 분명해.
너는 내 안에, 내 마음 속에 언제나 있을 거야.
이 쉿쉿 소리는 뭐니? 아 우리 배가 모래에 걸렸나 보다.
자! 잘 가, 리처드 파커. 안녕.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 P354~3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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