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참, 이렇게 사는 인생도 있네! 소설이라지만 너무해...
시종 혀를 끌끌 차며.... 짙은 패이소스에 곁들여진 코믹함까지...
중국 소설이다.
요즘 인기있는 중국의 작가, 위화의 소설로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책이 바로 "허삼관 매혈기" 이다.
다시 최근작으로 "형제"가 인기있다고 하는데 물론 그것은 다음에 읽게 될 것이다.
소설의 배경은 중국 문화대혁명 무렵이다. 농촌도 아니고 대도시도 아닌 곳이다.
허삼관은 자신의 인생에 급박함이 닥칠 때마다 피를 팔아 그 돈으로 위기를 메워나간다.
책을 읽던 도중 같이 펑펑 울고싶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자기 앞에 놓인 생을 사랑하는 따뜻함은 잃지 않는다.
때로 말을 모질게 하기도 하지만...
코믹한 부분을 먼저 한 군데 소개하자면, 허삼관의 처 허옥란이 아이를 낳았을 때,
"그러니까 애들 이름이 일락, 이락, 삼락이지. 내가 분만실에서 고통을 한 번, 두 번, 세 번 당할 때
당신은 밖에서 한 번, 두 번, 세 번 즐거웠다 이거 아냐?" < P52 >
첫 아들 일락이 허삼관을 닮지 않고 아내가 한 번 몸 준 적이 있는 하소용을 닮았다 하여
동네 사람들은 허삼관을 자라대가리라고 놀린다.
일락이 동네 대장장이 아들을 폭행하여 치료비를 물어내게 생겼는데 허삼관은
친아버지 하소용에게서 치료비를 받아오라 이른다. 일락이 찾아가고 아내 옥란이 찾아가 통사정했지만
치료비를 받아오지 못하자 허삼관이 아들들을 모아놓고 하는 말,
"너희가 크면 이 아버지를 대신하여 하소용에게 꼭 복수하도록 해라. 하소용한테 딸이 둘 있는 거 알지?
그 애들 이름 아니? 몰라? 이름은 몰라도 상관없어. 얼굴만 알아볼 수 있으면 돼. 너희가 다 크면 가서
하소용네 딸들을 강간해 버려라." < P107 >
첫 째 아들 일락이 간염에 걸려 상하이의 큰 병원에 입원했을 때 치료비를 벌기 위하여 상하이까지
입성하는 동안 도시마다에서 매혈을 하는 장면은 비감이 극에 달한다.
상하이에 가려면 중간에 린푸, 베이당, 시탕, 통위안, 쑹린, 다차오, 안창먼, 징안, 황텐, 후터우차오,
산환둥, 치리바오, 황완, 류춘, 창닝, 신전을 거쳐야 했다. 그 중에 린푸와 바이리, 쑹린, 황텐,
치리바오, 창닝은 현 정부 소재지라 그는 그 도시들에 들러 피를 팔면서 상하이까지 갈 작정이었다.
< P277 >
죽을 고비를 넘기며 아들을 만나고 병도 고치고 어찌어찌하여 세월은 흘러
허삼관은 승리반점 문 앞에서 오 분이 넘도록 서성거리다가, 마침내 병원에 피를 팔러 가기로
결심하고는 왔던 길을 돌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자그마치 십일 년 만이었다. 게다가 오늘은 그야말로
생애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 피를 파는 거였다. < P 322 >
이미 허삼관은 늙었고 병원에서는 늙은이의 피는 필요없다고 한다.
세째 아들 삼락이 보다 더 젊은 놈이 으스대며 하는 말이 하도 꼴 같지 않아 내�는 말이
코믹의 백미이다.
"그런 걸 두고 좆 털이 눈썹보다 나기는 늦게 나도 자라기는 길게 자란다고 하는 거라구."
'책장 넘기는 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물, 쑤퉁 (0) | 2007.09.02 |
---|---|
인생, 위화 (0) | 2007.08.28 |
다다를 수 없는 나라(Annam), 크리스토프 바타유 (0) | 2007.08.20 |
비단, 알렉산드로 바리코 (0) | 2007.08.18 |
야만인을 기다리며, 존 쿳시 (0) | 2007.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