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대표작이다.
문장은 간결하고 힘이 있다.
소설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은 모호하다.
남아프리카의 작가인데 일부러 어느 나라인지 모르게 쓰고 있다.
제국이라고만... 어느 제국의 변경지방이라고만 명시하고 있다.
야만인, 피난민, 미개인, 이방인, 수비대, 호위병...등의 낱말이 쓰이는 시대와 나라이다.
어느 제국의 변방 지역의 치안판사의 고백적인 어투로 쓰여진 소설이다.
재미를 따르는 소설이 아니면서도 재미있다.
제목이 "야만인을 기다리며" 이지만 야만인의 한계도 모호하다.
문명의 혜택을 입지 않은 편이 야만인일 터, 그렇다면 누가 야만인인가?
야만인은 변경 지역의 사람들과 어떻게 구분되는가?
정부에서 파견된 정보부 사람들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주변부족민을 야만인이라고 명명한다.
야만인의 편을 들어줌으로써 제국주의자인 � 대령에 의해 감옥에 갇히게 되는
치안판사는 명명백백하게 정의를 표방하는 자로서야만인들에게
행해지는 제국주의적 폭력과는 담을 쌓고 있는 정의로운 진보주의자이다. (옮긴이의 글에서)
정의라는 말을 한 번 입 밖에 내면, 그 끝이 어디일 것인가? 아니야, 라고 소리치는 게 더 쉽다.
맞아 죽어 순교자가 되는 게 더 쉽다. 야만인들을 위해 정의를 달라고 주장하는 것보다 단두대에 머리를 대는 것이 더 쉽다.
그런 주장은 결국, 우리가 무기를 내려놓고 우리에게 땅을 강탈당한 사람들에게 성곽문을 개방하라는 말 밖에 더 되는가?
치안판사직을 역임했던 사람에게도 나름대로 고통스러운 회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P184
여기서 다시 제국에 대한 치안판사의 독백에 주의를 기울여보자.
제국은 역사 속에 존재하고 역사에 대해 음모를 꾸미도록 운명지어져 있다.
제국의 속 마음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 있을 뿐이다. 그 생각은 어떻게 하면 끝장이 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죽지 않고 어떻게 하면 그 시대를 연장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은 낮에는 적들을 쫓아다닌다. 그것은 교활하고 무자비하다.
그것은 사냥개들을 이곳저곳에
파견한다. 밤이 되면 그것은 재앙에 대한 상상을 먹고 산다.
도시가 약탈 당하고 사람들이 강간 당하고 뼈가 산처럼 쌓이고 수많은 땅이 횡폐해질지도 모른다는 상상 말이다.
그건 말도 안 되는 미친 상상이지만 전염성이 강하다. P228~229
소설의 말미는 무미건조하다.
아무 권력 없는 치안판사의 생각이 생각을 낳으며 자기 밖을 응시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그는 정의롭고 인간적이다. 그의 생각을 천천히 따라가며 읽어내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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