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2000년 동안 구전되어온 신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맹강녀(孟姜女) 신화.
맹강녀사당도 있다고 한다.
도촌의 비누는 수천리 떨어진 대연령으로
만리장성 축조에 노역나간 남편, 완치량을 찾아 길을 떠난다.
겨울이 오기 전에 남편을 따뜻하게 감싸줄 옷 한 벌을 장만하여서.
먼 길을 가는 여정이 수월치 않음은 당연하고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긴다.
너무 많이 걸어 종내엔 발이 말을 듣지 않아 기어서 간다.
남편이 있다는 대연령에 도착했지만 이미 남편은 성벽 밑에 깔려 죽은 뒤였다.
그때 샤오만은 세상에서 가장 낯익은 눈물 젖은 얼굴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어머니처럼 늙고 누이처럼 슬픔에 젖어 있었다.
그 여자는 어머니처럼 누이처럼 소쿠리 안에 앉아 그를 보고 울고 있었다.
그녀의 눈 안에 물기에 젖은 하늘이 열렸고, 그 하늘 속에 눈물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 제2권 P279 >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됐어! 완치량의 안사람이 우는 바람에 장성이 무너져 내렸다고!
< 제2권 P284 >
만리장성을 무너뜨린 맹강녀 신화 속에서 여인의 눈물은 결국 만리장성까지 무너뜨립니다.
이것은 비통하고 슬픈 이야기라기 보다는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이야기입니다.
이 신화는 한 여인이 자신의 남편을 찾아 헤매는 여정을 눈물로 끝맺음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눈물을 통해 자신 앞에 놓인 어려움과 고난을 헤쳐나가는 이야기입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신화를 바탕으로 하여 쓰여진 소설이어서인지 지나친 과장이 많이 드러난다.
눈물을 흘리는 곳은 마음만 먹으면 손끝이 되었다가 옷자락이 되었다가
흘린 눈물이 강을 이룬다거나,
거의 모든 말들이 노역에 공출되고 말이 없어지자 사람이 말을 대신하는 말인간,
왕들이 사냥을 즐기느라 다리가 긴 아이들을 사슴으로 대신하게 한 사슴아이,등...
이 또한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으로 평가할 수 있고 재미를 더하는 요소가 된다.
사라 주제마구나 오르한 파묵과 버금가는 작가라는 칭송하는 것도 이러한 상상력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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