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즐겁게 살 수만 있다면
가난 따위는 두렵지 않은 법이란다.
< 위화 >
나는 촌으로 돌아다니며 민요를 수집하는 일을 하고 다녔다.
그러다 푸구이라는 노인을 만나게 되었다.
자, 이제 푸구이 노인의 얘기로 들어가 보자.
푸구이 노인이 살았던 시대 역시 국민당과 해방군의 전투, 문화대혁명을 거친다.
대지주의 신분이었던 푸구이는 노름에 혼이 빠져 백 묘가 넘는 땅을 하루 아침에 날려버리고
일도 못하는 농사꾼이 된다.
화가 난 장인이 임신한 아내를 친정으로 데려가 버리기까지 했다.
아이를 낳은 아내가 집으로 오고 그 사이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어느 날 병들어 누운 어머니를 위하여 의사를 모시러 도시로 나간 푸구이는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군대에 따라가게 된다. 제대로 총도 쏘아보지 못하고 도망만 다니다 2년이란 세월을 보내고 해방군의
배려로 귀향하게 된다.
이미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고 첫딸(펑사)은 고열로 귀머거리와 벙어리가 되어 있었다.
두 번째 아이를 학교 보내려고 딸을 부잣집에 팔아버리기도 했지만 얼마 못 가 딸은 집을 찾아왔다.
어려운 환경에서 학교 다니던 아들은 정도 이상의 헌혈로 죽음에 이르고...
구루병을 오래 앓아온 아내마저 저세상으로 가버렸다.
시집간 딸 또한 아기를 낳다가 죽게되고...
태어난 아기를 홀로 키우며 살던 사위도 외손자가 4살이 될 무렵 사고로 죽는다.
푸구이 옆에 오로지 남은 피붙이인 외손자 마저 고열로 7살에 목숨을 다하게 된다.
홀로 남은 푸구이...
조금 모여진 돈으로 늙은 소를 한 마리 사온다.
그 소의 이름을 푸구이라 지어서 소와 대화를 하며 지낸다.
황혼의 들판에 울려퍼지는 푸구이의 노랫소리.
어린 사절엔 빈둥거리며 놀고
중년에는 숨어 살려고만 하더니
노년에는 중이 되었네.
푸구이의 살아온 날이 한 사람의 역사이며 중국의 역사이다.
역자는 "가족사를 통한 중국 현대사읽기를 시도하여 새로운 역사소설의 경계를 열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고 하였다.
이 소설은 장이머우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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