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am (安南)은
원래 베트남의 통킨 지방과 코친 차이나 지방 사이에 있는
가장 협소한 중부지방을 일컫는다.
베트남의 어린 왕자는 아버지의 청원을 받들어 프랑스로 왔다. 루이 16세의 시대였다.
프랑스로부터 원정대도 얻지 못하고 폐렴으로 죽고 만다.
한편, 일단의 프랑스 선교사들이 18세기 말 쯤 베트남으로 향한다.
일년이 넘게 걸려서 사이공에 도착한다.
거기서 농부들에게 프랑스 말을 가르치고 복음을 전파한다.
프랑스엔 대혁명이 일어나고... 동방으로 떠난 선교사들의 존재는 거의 잊혀지다시피 된다.
베트남 특유의 날씨와 자연의 아름다움은 선교사들을 딴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들은 하느님의 존재도 잊고 살았다.
소설의 말미엔,
자신의 아들의 뼈가 묻힌 먼나라를 베트남의 황제는 용서할 수가 없었다.
무장한 군인들은 서양냄새가 나는 것은 모조리 찾아내 도륙을 내고
도미니크수사와 카트린 수녀가 살고 있는 마을에까지 왔다.
그들은 벌거벗은 채 서로 꼭 껴안고 잠들어 있었다.
남자는 젊은 여자의 젖가슴 위에 손을 얹어놓고 있었다.
여자의 배는 땀과 정액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그들은 서로 사랑을 했던 것이다. 깊은 정적만이 깃들어 있었다.
군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
육체를 서로 나누는 법이 없이 눈이 매섭고 말씨가 공격적인 남자들과 여자들을
찾아내게 될 줄로 기대했던 것이다.
성직자들의 태연하기만 한 모습과 창백함에 군인들은 감동했다.
< 145- 146 >
도미니크와 카트린은 그 뒤로 6년을 더 살았다.
마을사람들과 화합하며 잘 살았다. 그들이 죽은 뒤 그들의 말대로 대나무 십자가를 만들어주었다.
19세기 초, 프랑스 군의 베트남 원정대가 이들이 살았던 베트남의 후미진 마을에 와서
십자가를 보게 되었다.
그리 먼 과거가 아닌 어느 때에 프랑스 선교사들이 살았던 흔적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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