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친밀감, 하니프 쿠레이시

나침반테스 2007. 7. 11. 22:54

 

 

 

 

 

 

슬픈 밤이다.

나는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으려 한다.

 

 

소설의 첫부분이다.

가족을 떠나려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떠날 결심을 하고 있는 전날, 하룻밤의 기록이다.

물론 남자에겐 젊은 연인이 있다.

 

 

 

 

 

 

 

우리가 치료사의 주차장에 차를 처박고서 치료실 문까지 달려갔을 때,

나는 수전의 머리 위로 뜨거운 물을 부어 버릴 수도 있었다.

그러면 수전은 기꺼이 내 고환을 끓는 물에 집어넣었을 테지.  P112

 

 

이 지경에 도달하면 같이 살 수가 없는 거다.

살다보면 이보다 더한 고비를 겪을 때도 있다.

참고 이겨내면 못 살 것도 없다.

 

결혼한 지 십여년이 된 40대의 부부에게 위기가 닥쳤다.

사람들은 다 비슷하게 살지만 무덤덤한 사람도 있고 민감한 사람도 있다.

'그저 그러려니..' '사는 게 뭐 별건가?'

덤덤하게 받아들이면 문제는 없다.

 

 

사랑없이는 삶도 속살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불운한 일이지만, 사랑만큼 매혹적인 건 없다.   P110

 

내게 허락되지 않은 그 무엇에 아파하며,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하는 나의 무능함을 증오하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집을 나서 별 밝은 비참함이 소진될 때까지 걷고 또 걸었다. P96

 

수전의 등을 어루만진다. 수전은 내 생각을 느낄 테고 그녀를 욕망한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다.

그녀가 깨어나서 사랑한다고 말하며 나를 안아 준다면, 나는 베개에 몸을 파묻듯 무너져 내려서

집을 떠나지 않게 되리라.  P94

 

 

 

 

 

 

 

 

소설이 영화화 되어 국내에도 상영되었다고...  <정사> 라는 제목으로.

소설 원제목이 intimacy 이다. 육체적 친밀감을 표현하는 뜻을 지닌다.

그렇지만 젊은 연인과의 사랑이라 하여 그리 낭만적으로 읽히진 않았다.

부분적으로는 퇴폐성를 띄기도 했다.

더구나 자전적인 소설이어서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던 만큼 상당히 고백적이다.

 

지금 만약 부부 사이에 갈등의 골이 패이고 있는 중의 누군가가 이 소설을 읽는다면

그 남자를 닮으려 할지 아니면 비난의 손가락질을 서슴지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