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당신들의 천국, 이청준

나침반테스 2007. 7. 16. 19:18

 

 

 

전라도길

                            - 소록도로 가는 길에

          한하운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 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 이하생략>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은 소록도 나환자들이 거주하는 공간의 얘기다.

1970년대 초 그곳 병원장으로 부임하여 낙토건설에 삶을 불태운 조창원이란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하여 쓰여진 소설.

 

 

위의 사진으로 봐도 그곳은 경치가 빼어난 섬이라고 .

그곳에 유배되다시피한 환자들은 건강인- 병인, 의사- 환자, 지배자- 피지배자의 관계에 얽힌

삶을 살며 끝없는 자유에의 갈망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소설은 1,2,3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조원장의 부임과 그의 낙토건설에 따른 호소와 활약상,

2부는 오마도 간척사업(득량만매립공사)과 퇴임,

3부는 민간인 신분으로 다시 섬으로 돌아와 고군분투하는 조원장의 모습.

 

 

그 속에서 잉태되고 노출되는 환자들과의 불신, 배반, 또는 인화단결, 상호협조 등.

결코 조원장이란 인물의 위인전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 사실적인 갈등이 그려진다.

 

 

"난 부끄럽지 않소. 이런 식으로 미쳐 지내기라도 하지 않으면 난 이 섬을 참을 수가 없어요.

미치기나 해야 견딥니다. 알겠소? 이 섬은 미치지 않고는 견뎌낼 수가 없단 말요." P357

 

 

이런 원장의 말을 보더라도 섬이 안고 있는 조용한 문제는 잠재우려 할수록 불거진다.

건강인이기에 더욱 견디기 힘들고 환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육신의 근접이 어렵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사는 일이 무엇보다 조심스러운 일이다.

 

 

"문둥이가 누구의 종이 되지 않는 길은 그 자유라는 것으로 이루어내는 길밖에 다른

방법은 없다는구만.

.................

이상욱이란 그 사람도 결국 모든 것을 그 자유 한 가지로 행하고 그것으로 섬을 나가고 만 사람

아닌가 말씀야. 그가 그토록 원장의 동상을 경계하고 섬사람들을 경계하고 끝내는 스스로

섬을 버리고 나간 것 모두가 실상은 그 섬의 자유라는 것 때문이었거든." P335

 

 

건강인과 병원균 음성판정자 사이의 결혼으로 소설은 끝이 나지만 이 소설이 지니는 사명은

<당신들의 천국> 이 아닌 <우리들의 천국>을 소망하는 뜻을 내포하고 있고

병든 자에 대한 혐오감을 얼마쯤 희석하려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