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제발 조용히 좀 해요. 레이먼드 카버

나침반테스 2007. 2. 18. 23:44

 

 

 

 

 

 

 

 

 

 

 

 

 

 

"아빠 여기 계시니?"

매리언이 큰 소리로 말하는 게 들렸다.

"아빠 어디 계시니? 욕실에? 랠프?"

"엄마, 엄마!"

딸이 소리쳤다.

"아빠가 얼굴을 다쳤어요."

"랠프!"

그녀가 욕실문 손잡이를 돌렸다.

"랠프, 들어가게 해줘요. 제발, 여보. 제발 들여보내줘요. 당신을 보고 싶어요. 랠프, 제발요."

"저리 가 매리언."

"난 갈 수 없어요. 제발 랠프, 잠시만 문을 열어봐요. 그냥 보고싶어서 그래요. 랠프? 랠프?

당신 다쳤다면서요.어쩐 일이에요. 여보? 랠프?"

"가라니까."

"랠프, 제발 문 좀 열어요."

그가 말했다.

"제발 조용히 좀 해요."

                              레이먼드 카버 < 제발 조용히 좀 해요 >

 

 

 

 

**  랠프는 대학 강사이고 매리언은 고등학교 교사다. 아이 둘을 둔 부부다.

2년 전 파티 때의 얘기를 떠올리다가 아내의 외도를 추궁하고 집을 나온 랠프는 밤 거리를

배회하다 술집에도 가보고 포카게임장에도 가보고 늦은 시각 흑인들의 습격을 받았다.

정신 차리고 깨보니 새벽이었고 상처난 얼굴로 결국 갈 곳은 집 밖에 없었다.

 

 

 

 

*** 런던 타임즈가 '아메리칸 체호프" 라고 칭할 정도로 단편의 대가인 레이먼드 카버.

레이먼드 카버는 체호프처럼 가난했다.

" 나는고료를 금방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글을 쓸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시와 단편소설을 쓰게 된 것이죠."

라고 말했으며 미국 문단에서 카버의 소설은 단편소설의 부활을 주도한 모범이었다.

동시대의 작가 중 가장 체호프적인 작가가 카버라는 데 의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소설집, <제발 조용히 좀 해요> <분노의 계절>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 하는 것>

<대성당> <내가 전화하는 곳>

시집, <클래머스 근처> <물이 다른 물과 합쳐지는 곳> <겨울불면> ,밤에 연어가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