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이상 문학상 대상 수상작 - 천사는 여기 머문다.
** 연초에 꼭 사보게 되는 이상문학상 작품집. 수상 작가들이 점점 젊어지고 있다.
우수상 수상자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 공선옥(1963년생)이 가장 나이가 많다.
젊은 감각, 좋다. 신선하다. 때로는 나이들고 곰삭은 맛도 빛날 때 있을텐데... 이런 생각을 해본다.
아무래도 독자들이 젊은 작가를 좋아하나 보다. 나의 궁시렁~~
화면에서 인희를 봤을 때, 어디선가 야구공이 날아와 제 가슴의 창문을 깨어버린 기분이었어요.
내 가슴은 뚫려버렸어요. 인희를 만나게 해주세요. P13
독일의 어느 도시, 하인리히는 인희네 가족의 어머니 장례식 장면을 비디오로 보고 그 속에서 만난
인희를 만나길 갈망한다. 같은 마을에 사는 인희 언니는 인희를 독일로 부른다.
인희는 당뇨병이 짙어진 어머니의 병간호를 하느라 다니던 직장도 그만뒀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새 직장도 구하지 못하고 있던 차에 언니의 부름을 받게된다.
언어도 통하지 않는 독일 사람이 가슴에 야구공을 맞은 것 같다고 할 정도니...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수록, 윤리관과 가치관과 욕망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으면 깨달을수록
어긋나는 것을 느끼면 느낄수록 그는 더욱더 섹스에 기댔다. 그는 내가 더 자주 더 강한 섹스를 원한다고
착각했다. P 32
가정이 있는 한 남자를 이혼시키고 결혼을 쟁취한 여자,나. 모경과의 결혼생활은 욕망으로
점철된 나날이었고 급기야는 폭력의 희생물이 되어 이혼을 했다.
섹스가 결혼생활의 거의 모두를 차지한 날들에서 도피한 나는 섹스없이도 살 수 있다는
이국 남자를 만난다.
직장같은 결혼생활일 거야, 라고 했던 언니의 말이 아무래도 마음에 들었다. 섹스없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면서 깊은 마음을 제 속에 간직한 채, 아이도 만들지 않고, 친척도 없이,
나로 인해 아무도 상처받는 사람도 없고, 더 이상 아무것도 이루려는 것 없이 함께 살아가는 일은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았다. P 41
*** 한 여자를 향한 비감어린 동정, 광기가 사랑의 이름으로 빗나간 이야기 속의 불쌍한 남자,
사랑이란 이름으로 용서될 수 밖에 없는 많고 많은 사연들.
사랑의 광기, 열정, 열기로부터 벗어나 평온과 고요를 선택하는 여자의 이야기가 아주 흥미롭게
내게 다가온 시간을 가졌다. 독일에서 조용히 뿌리내리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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