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내게선 무슨 냄새가 날까? 내가 나의 냄새를 맡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18세기이다.
정확히 말하면 1738. 7. 17 ~ 1767. 6 . 25 이다.
* 그르누이의 출생과 성장
그녀는 일어나서 칼을 던져 버리고 씻기 위해 걸어갔다.
그 순간 예기치 않게도 생선도마 밑에서 새 생명이 울어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여기저기 뒤져본 끝에 생선내장과 잘린 생선 대가리 사이에서 온통 파리떼에 뒤덮여 있는 갓난아기를 발견해 끄집어냈다. P13
주인공 그르누이는 아주 엽기적으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그르누이 앞에 4명을 생선을 팔던 도중에 나았고 생선 다듬는 칼로 태반을 잘랐고 생선 찌꺼기와 함께 쓰레기장으로 보내버렸다. 아무 죄의식도 없이.
일전에 서래마을 영아살해사건보다 더 엽기적으로. 그의 어머니는 영아살인죄로 몇 주 후에 참수되었다. 그르누이는 여러 명의 보모를 거치며 자랐다.
그 중에서도 "영혼이라곤 없는 여자의 집" 가이아르 밑에서 가장 오래 살았다.
등을 창고 벽에 기댄 채 장작더미 위에 다리를 쭉 뻗고 앉은 그는 눈을 감은 채 꼼짜도 않고 있었다. 그는 보지도 듣지도 만지지도 않았다.
단지 아래로부터 퍼져 올라오다가 뚜껑에 덮인 것처럼 지붕 밑에 갇혀서
그를 감싸고 있는 나무 냄새를 들이마실 뿐이었다. 냄새를 들이마시고 그 냄새에 빠져 자신의
가장 내밀한 땀구멍 깊숙한 곳까지 전부 나무 냄새로 가득 채운 그는 그 스스로가 나무가 되어버렸다.
그리고는 나무 인형, 즉 피노키오가 된 것처럼 그 장작더미 위에 죽은 듯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는 한참 뒤, 거의 30분쯤 지나서야 비로소 <나무>라는 말을 내뱉았던 것이다. P41~42
그르누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말을 늦게 배우게 되었지만 말을 하게 된 것도 냄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때부터 누구보다도 탁월한 후각을 지니고 있었음이 증명되고도 남는다.
그 뒤 그르누이 여덟살 무렵 가이아르는 수도원으로부터 그르누이의 양육비가 끊기자마자 그리말이라는 무두장이에게 그르누이를 보내버렸다.
* 첫번째 살인
1753. 9. 1 그르누이 15세.
그 순간 그를 발견한 그녀는 너무 놀라서 몸이 굳어져 버렸다. 때문에 그는 그녀의 목을 조를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얻게 되었다. 그녀는 소리를 지르지도, 몸을 움직이지도 않았다.
반항 한 번 해보지 못했다. 한편 그르누이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주근깨가 박혀있는 갸름한 얼굴, 붉은 입술, 반짝이는 초록색 큰 눈을 그는 보지 않았다. 그녀의 목을 조르는 동안 향기를 하나라도 놓칠세라 눈을 꼭 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죽자 그는 시체를 오이씨가 널려진 바닥 한가운데에 눕히고 옷을 벗겼다. 향기가 물결이 되어 밀려와서는 그의 가슴속을 가득 채우고 넘쳐 흘렀다. 그는 그녀의 피부에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코를 벌름거리면서 배에서 가슴으로, 목과 얼굴을 거쳐 머리카락으로 냄새를 훓어 올라갔다. 그리고는 다시 배로 내려와 국부를 지나 넓적다리와 하얀 종아리 냄새를
훓어 내렸고 배와 배꼽, 팔꿈치의 주름살 사이에 있는 마지막 한 방울의
향기까지 다 들이마셨다. P 68 ~ 69
멀리 떨어져 있는 소녀의 향기를 좇아 좇아 그녀를 찾아내 그녀의 향기를 가지는 것으로 그르누이는 살인도 주저치 않았다. 그 뒤 그르누이는 향수제조상인 발디니의 가게에서 3년을 보냈다. 탁월한 후각을 지닌 그르누이는 향기제조로 돈을 모으거나 영화를 누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다시 길을 떠났다.
고독의 극점 체험을 하며 오베르뉴 산맥 한가운데 동굴에서 7년의 은둔을 누린다.
지난 7,8년간의 모든 냄새가 기록된 일기장같은 옷을 걸치고 산을 내려왔다. 라 타이아드 에스피나스 후작과의 인연으로 몽펠리에에 몇 주간 머물렀고 다시 여행을 하여 발디니가 말해주었던 꿈의 도시, 그라스에 입성하였다.
자신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배워야 할 것이 있었다.
* 두 번째 살인
아르뉠피 부인의 향수가게의 작업실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는 그르누이는
"타인의 눈에 띄지 않도록 만드는 향수" "약간 진한 땀내를 풍기는 향수" "확실히 주목받을 필요가 있을 때 쓰는 향수"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향수" "메스껍고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향수" ... 옷을 갈아입듯이 그르누이는 필요에 따라 여러가지 향수를 번갈아 발랐다.
이런 저런 냄새를 보호막으로 해서 자신의 원래 목적을 실현하는 일에 몰두했다.
목표란 바로 조심스러운 향기사냥이었다.
살아있는 생명체에서 향기를 얻어내는 방법으로 강아지를 실험했으나 강아지가 생각보다
고분고분하지 않았고 불필요한 땀냄새나 공포냄새 따위가 섞이게 되어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죽이는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처음 향기에 좇아 소녀를 살해했을 때의 향기가 다시 그의 코를 자극했다.
그녀의 피부는 눈이 부실 정도의 순백색이었으며, 눈동자는 초록색이었다.
얼굴과 젖가슴에 주근깨가 있었고...그르누이는 한순간 호흡을 멈추었다가 좀더 힘차게 냄새를 들이마셨다. P 258
다른 향기를 지배하면서 <원래의>향기를 찬란하게 발산하는 그런 왕관 말이다. 그르누이는 온갖 기술을 다 이용해 그런 향수를 만들어 낼 생각이었다. 성벽 너머에 사는 소녀의 향기가 그 향수의 심장이 될 것이다. P292
그 해 5월 그라스와 그라스 동쪽의 작은 마을오피오 중간 지점에 위치한 장미화원에서 열다섯 살 난 소녀가벌거벗은 시체로 발견되었다. P293
그 이후로 재스민이 수확되는 시기에 두 건의 살인사건에 이어 여러 계층에 걸쳐 스물네 명에 이르는 살인이 계속되었다. 시의 부집정관 앙투안느 리쉬에게도 어여분 딸이 있었다. 그는 딸을 다른 도시로 피신을 시켰다. 그르누이의 향기사냥은 그의 딸을 살해하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으려 했기에 그 일행을 마땅히 따라갔다. 라 나풀로 여관에서 부집정관의 일행이 여장을 푼 날 밤, 그르누이는 그의 딸을 살해했다. 그것이 족쇄가 되었다. 살인자를 추적해 내기에 충분했다.
그의 딸이 살해되던 날 그 여관에 있었던 사람 중에 누구라고 추적이 좁혀졌고 살인자는 다리 절름발에 키가 작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라 그르누이는 바로 잡히게 된다.
*그르누이 처형
1766년 4월 15일에 선고가 내려져 감방 안의 피고에게 통고되었다.
<향수 제조인 도제 장바티스트 그르누이는 성문 앞 광장에서 얼굴을 하늘로 향한 채 나무 십자가에 묶어놓고 팔, 다리, 엉덩이, 어깨 등 그의 사지와 관절들이 다 떨어져 나갈 때까지 쇠몽둥이로
12대를 내리친 후 죽을 때까지 십자가에 매달아 놓는 형벌에 처한다.> P343
사형 집행이 행해지는 날 그르누이는 처형대로 끌려나왔다.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처형을 보러 나온 군중들은 모두 마음이 약해지고 연인의 매력에 흠뻑 빠진 마음이었고 맹목적인 애착심에 눈물이 펑펑 솟아났고 살인마를 향한 억제할 수 없는 사랑이 마구 솟구쳐올랐다. 그것이 도리어
환락의 도가니에 빠져든 꼴이 되었다. 여자들은 스스로 옷을 찢으며 젖가슴을 내보이고 땅바닥에 벌렁 드러눕고 남자들은 연령, 신분에 상관없이 마구 달려들어 사랑을 나눴다.
처형대를 에워싼 수만의 군중이 쾌락의 극치에 괴성을 지르는 광란의 천지가 되었다. 그 이유가 무엇때문인지 독자들은 당연히 알게된다. 작가는 무어라 설명이 없다. 참으로 위대한 그르누이였다. 스물 다섯명의 살해범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그르누이는 풀려났다. 그르누이는 다시 길을 떠났다. 그냥 걸었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못 할 일이 없었다.그러나 자신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한 군데 있었다.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그는 세상과 자신, 그리고 향수를 비웃었다.
1767년 6월 25일 이노셍묘지로 향했다. 거기서 작은 병의 마개를 열고 몸에 끼얹었다.
주위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다들 그를 만지고 싶어했고 그의 일부분이라고 갖고 싶어
안달이었다. 그르누이는 옷이 찢겨지고 피부가 떨여져 나갔고 몸둥이가 물어뜯겼다. 사람들은
하이에나같이 그의 몸을 뜯어먹었다. 인육을 먹은 사람들은 뱃속이 좀 더부룩했지만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사랑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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