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우리 시대의 소설가, 조성기

나침반테스 2007. 3. 1. 22:10

 

 

 

 

 

1991년도의 이상문학상 대상작, 조성기의 "우리 시대의 작가'

 

 

"이 사람이, 말을 더듬거리긴, 불량상품을 만들어 팔아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쳤으면 상품을 만든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하듯이, 소설가 당신이 내 손해를 물어줘야 된다, 이거요."

 

"어, 그건 경우가 좀 다른 것 같은데요."

 

"다르긴 뭐가 달라요? 그럼, 당신이 쓴 소설에 대하여 책임을 안 지겠다 이겁니까? 소설책 내놓고

돈을 받아요, 안 받아요?"

 

"돈을 받지요. 출판사에서 출판권 설정을 해줬으니."

 

"책 팔리는 수만큼 돈을 계속 받을 거 아니오? 그렇다면, 당신 책을 읽느라 쓸데없이 시간만 허비하고

손해 본 나 같은 독자에게 환불할 책임이 분명히 있는 거요." P 18

 

 

 

 

 

 

** 소설가 만우에게 어느 날 전화가 걸려왔다. 독자(민규)라며... 책 내용이 기대치에 못 미치니

환불을 해달라는 황당한 사건이 발단이다. 전화로 하다가 급기야는 집으로 찾아오기까지 한다.

 

만우는 지방일간지에 소설을 연재하고 중편소설 청탁을 받아 매일 조금씩 쓰고 있고 취미삼아

또는 작가가 되기위해 소설 습작을 하는 예비작가들 모임에 나가 소설창작 지도를 한다.

 

제목을 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된 그런 비겁한 자세가 작품 전체에 흐르고 있다 이겁니다. 정말 작가의 말에서 밝힌 대로

이 시대의 비극적인 상황을 그리려고 했다면,

소신껏 그렇게 밀고 나가야지 온갖 계층의 독자들 눈치를 보느라고 우왕좌왕하고 있단 말입니다. P63

 

청탁받은 중편을 쓰는데 방해가 될 정도로 환불을 요구하는 민규와 씨름하고 있다.

민규를 만나서 왜 환불을 원하는지 이유를 들어주기도 하지만, 아무리 자기 소설이 진창이라해도

환불은 도저히 용납이 안 된다. 민규는 그런 작가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

 

 

 

 

 

*** 민규와 같은 독자가 어디 있으랴만은 이런 독자가 많아야 소설이 발전하리라.

소설가들도 생계수단으로 소설을 쓴다. 그러다보니 더러는 작가로서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쓰는

작가도 있다. 민규같은 치열한 독자가 많아져야 한다. 나 또한 소설습작을 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제대로 된 독자다운 독자가 되고싶어 읽기만 하고 있지만 민규같은 열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