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하늘과 땅. 산도르 마라이

나침반테스 2007. 1. 22. 15:35
 

 

 

 

 

 

 

 

 

산도르 마라이의 <하늘과 땅> 의 서문

 

나는 하늘과 땅 사이에 산다

불멸의 신(神)적인 것을 가슴에 품고있지만 방 안에 혼자 있으면 코를 후빈다.

내 영혼 안에는 인도(印度)의 온갖 지혜가 자리하고 있지만

한번은 카페에서 술취한 돈 많은 사업가와 주먹질하며 싸웠다.

나는 몇 시간씩 물을 응시하고 하늘을 나는 새들을 뒤좇을 수 있지만

어느 주간 신문에 내 책에 대한 파렴치한 논평이 실렸을 때는

자살을 생각했다.

세상만사를 이해하고 슬기롭게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때는 공자(孔子)의 형제지만

신문에 오른 참석 인사의 명단에 내 이름이 빠져 있으면 울분을 참지 못한다.

나는 숲 가에 서서 가을 단풍에 감탄하면서도 자연에 의혹의 눈으로 꼭 조건을 붙인다.

이성의 보다 고귀한 힘을 믿으면서도 공허한 잡담을 늘어놓는 아둔한 모임에 휩쓸려

내 인생의 저녁시간의 대부분을 보냈다.

그리고 사랑을 믿지만 돈으로 살 수 있는 여인들과 함께 지낸다.

나는 하늘과 땅 사이의 인간인 탓에 하늘과 땅을 믿는다.

아멘

 

 

 

**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엔 비단과 삼베가 함께 공존한다.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기란 쉽지만 어려운 일이다.

 

 

** 산도르 마라이  헝가리 캇사에서 태어남.

부다페스트, 독일, 파리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함.

1930년대 헝가리에서 소설가로 명성을 얻었는데 공산주의 체제가 자리를 잡자 해외로 망명.

부르주아 작가라는 오명에 시달린 산도르는 1990년까지 헝가리 입국이 금지되어 40여년간

해외를 전전하다 미국에서 자살함.

작품으로 <열정> <반항아> <사랑> <이혼전야> <성깔있는 개> <결혼의 변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