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도종환

나침반테스 2014. 5. 6. 18:44

 

 

 

 

"접시꽃 당신"의  시인 도종환.

 

사람들은 참 이기적이지.

병고로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는 시를 써 이름을 얻었는데

재혼이라니? 하며  냉대받기도 했던 시인.

전교조교사로서의 활동, 핍박, 복직,

뒤어은 자신의 병마,

자신이 살아온 길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삶의 뒤안길을 적은 책이다.

 

 

 

서정주 시인은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었다" 고 노래했는데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가난함과 외로움이었습니다.  < P35 >

 

 

       

 

 

 

 

 

 

 

 

담쟁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 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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