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에 가면 호수 한 가운데 보잘것없는 섬이 하나 있다.
홀로라 눈에 잘 띄고
요즘은 가마우지배설물때문에 섬이 온통 하얗기 때문에 또 눈에 잘 띈다.
이 섬을 처음 봤을 때,
보기 전에 하얀 섬 얘기를 들엇을 때,
그때부터 내 머릿 속에는 로맹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가
고스란히 연상되는 거였다.
어떤 새들은 아직 모래 위에 앉아 있었다.
새로 도착한 새들이었다.
그들은 그 섬을 바라보고 있었다.
먼바다의 섬들은 조분석(鳥糞石)으로 덮여 있었다.
가마우지 한 마리가 평생 만들어내는 조분석으로 같은 기간 동안 사람의 일가를...
이 부분 때문인지,
내가 두물머리의 뱀섬을 바라보노라면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가 내 머릿 속에 맴돈다.
여느 사람들에게 이 소설은 그리 특별하지 않을 것이다.
한때 소설에 열정을 가졌을 때 밑줄 치며 읽던 소설이라 더욱 그러한지 모르지만...^^
이제 비가 자주 내리면 나무에 묻은 배설물이 좀 씻겨내려가고
더러는 잎도 나고 그러면서 좀은 나무의 형태를 지니게 될 테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이 뱀섬은 조분석이 되고도 남을 듯 하다.
2012. 3. 두물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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