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나레이트가 스트릭랜드의 삶을 전기형식으로 기술하고 있는 소설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이 소설은 프랑스 후기 인생파 폴 고갱을 모델로 한 것이다.
제목 "달과 6펜스"는 서로 다른 두 세계를 대립시키고 있다.
달이 영혼과 관능의 세계를, 6펜스는 돈과 물질의 세계, 세속적 욕망을 암시한다.
증권회사에 다니고 있던 스트릭랜드는 어느날 갑자기 <그림을 그리고 싶기때문>에
가정을 버리고 가출한다.
런던에서 파리로 건너가 궁핍한 생활을 하며 그림에만 몰두한다.
다시 마르세이유로 가서 배의 잡역부 노릇을 하며 뉴질랜드를 거쳐 타히티로 건너간다.
타히티 산 속에 파묻혀
그의 예술세계를 인정해주는 원주민여자 아타의 도움을 받으며 그림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실제로 고갱이 심장병과 매독으로 건강이 악화되어
결국 55세의 아까운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듯이 소설 속의 스트릭랜드도
나병으로 그림에 대한 정열이 꺾이고 만다.
하지만 죽음이 목전에 오기 직전까지
그림에 혼신을 다한 극적인 모습은 소설 속에 잘 표현되어 있다.
방바닥에서 천정에 이르기까지사방의 벽이 기이하고 정교하게 구성된 그림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뭐라 형용할 수 없이 기이하고 신비로웠다. 그는 숨이 막혔다. 이해할 수도 분석할 수도 없는 감정이
그를 가득 채웠다. 창세의 순간을 목격할 때 느낄 법한 기쁨과 외경을 느꼈다고 할까. 무섭고도 관능적
이고 열정적인 것, 그러면서 또한 공포스러운 어떤 것, 그를 두렵게 만드는 어떤 것이 거기에 있었다.
그것은 감추어진 자연의 심연을 파헤치고 들어가, 아름답고도 무서운 비밀을 보고 만 사람의 작품이었다.
그것은 사람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신성한 것을 알아버린 이의 작품이었다. 거기에는 원시적인 무엇,
무서운 어떤 것이 있었다. 인간 세계의 것이 아니었다. 악마의 마법이 어렴풋이 연상되었다. 그것은
아름답고도 음란했다.
- 맙소사, 이건 천재다.
이 말이 입에서 절로 튀어나왔다. 그는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몰랐다.
< P 293~294 >
제목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읽지도 않았으면서
읽은 듯한 착각 속에 묻혀 있던 소설을 읽은 지금,
서머싯 몸의 진정한 독자가 된 듯하다.
'책장 넘기는 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0) | 2008.03.19 |
---|---|
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0) | 2008.03.13 |
Q & A , 비카스 스와루프 (0) | 2008.03.06 |
새벽의 약속, 로맹 가리 (0) | 2008.03.03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맥 매카시 (0) | 2008.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