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으로 내용을 유추한다면 거의 모든 사람이 오류를 범할 것이다.
노인의 복지가 원만치 못함을 꾸짓는 것이라고 여기기 십상이다.
물론 나 또한 그랬다.
어떤 리뷰도 누구의 영화평도 읽지 않고 덤벼들었다.
예상은 첫 페이지부터 빗나갔다.
배경은 텍사스, 거기에 서두에서부터 심상치 않게도
살상, 살인, 총격전, 추격전, 악당, 살인청부업자, 뭉칫돈, 마약..
이젠 좀 짐작이 될런지...
자, 그렇다면 왜 제목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일까?
작품의 원제목 "No Country for Old Men" 은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의
<비잔티움으로의 항해(Sailing to Byzantium) 에서 따온 구절이라고 되어있다.
그렇더라도 왜 얼토당토 않은 내용에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모스는 우연한 기회에 텍사스 고속도로에서 죽은 사람 여러명과 죽어가는 사람과
바퀴가 망가져 버려진 트럭과 자동차의 무리 속에서 거대한 뭉칫돈을 발견했다.
물론 돈가방만 갖고 튀었다.
물을 달라고 애원하던 죽어가는 사람이 안됐다는 생각에 그 현장으로 다시 갔다가
총격의 위험에 빠진다.
돈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도록 돈가방엔 트랜스폰드(추적장치)가 장착되어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되고 그것으로 인하여 가장 잔인한 살인청부업자 시거는 돈을 �게되고...
돈을 탐낸 모스는 그 돈을 지니고 쓰지도 못한 채 죽어가고...
시거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악당과 경찰의 추격전은 긴박하게 펼쳐지고...
사이사이에 보안관 벨의 해설이 끼어든다.
사건의 설명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푸념 또는 사건을 해결할 때의 내면세계를
잔잔하게 풀어놓는다. 우리는 이 부분을 간과해선 안 될 듯하다.
숨막히게 진행되는 범죄의 도가니에서 벨의 깊은 사고가 도리어 순발력이 떨어진다는 의미.
그로 인하여 지금 이 사회는 느림, 여유로움, 오랜 경험이 주는 해결력 등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는 것으로 억지스런 고리를 연결해본다.
자꾸만 제목과의 연관성을 풀고자 하는 초조함이 작품이해에 걸림돌이 되는 느낌이었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단숨에 하룻저녁에 다 읽어버릴만큼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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