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함량 99%의 초콜릿, 나머지 1%의 달콤함.
그 달콤함을 우린 느낄 수 있을까?
미국에서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하고 MBA까지 따낸 출세가도의 주인공,
나는 그를 어디에선가 이미 본 듯한 "기시감"의 연상으로 그의 베일에 싸인 과거를 알고자 하지만
더욱 알 수 없는 모호함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려는 노력이 끝없이 이어지고
그를 향한 의심만이 증폭된다. 99%의 맛에 가려진 1%.
1%를 찾아내려는 탐색만 거듭되다 이 소설은 끝난다.
김경욱, 재능있는 젊은 작가라고 알고 있었고 그의 작품이 처음도 아니다.
구성이 탄탄한 소설로 읽는 재미도 뛰어났다.
소설 얘기보다는 책의 말미에 있는 작가의 수상소감에 곁들여진 글의 일부분을 소개하면서
카카오 99%의 초콜릿을 먹는 방법을 나누고 싶었다.
혹여 카카오 99%의 초콜릿을 먹으려고 시도를 해본 적이 있는지?
그 초콜릿을 대하며 겪었을 낭패감을 일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할 수 있다.
절대 씹어드시지 마세요. 씹는 순간 초콜릿은 타이어나 크레용, 혹은 소태나 쓸개로 변신할 테니까요.
한 조각을 혀 위에 올려놓고 녹기를 느긋하게 기다려야 합니다. 카카오 덩어리가 녹으면 혀를 얼얼하게 만들던 쓴맛도 차츰 익숙해질 겁니다.
초콜릿이 녹았다고 섣불리 다른 음식을 드시면 안 됩니다.
초콜릿 맛을 즐기는 것은 그것이 녹고 나서 비로소 시작이니까요. 입 안 가득 남은 쓴맛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쌉싸름한 맛이 될 것입니다.쌉싸름한 맛의 여운은 깊고 아득합니다. 그것은 독한 감기로 밤새
식은 땀을 흘리며 자고 깨어났을 때의 맛과 흡사합니다. 몸의 회복을 알리는 바로 그 맛 말입니다.
세상의 어떤 설탕으로도 만들어 낼 수 없는 달콤함이지요. 저의 이 가난한 글도 그런 맛을 냈으면 좋겠
습니다. 팍팍한 글을 너그럽게 음미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김경욱의 수상소감 중에서 >
소설도 읽고 나서 수상소감도 읽고 나서 작가를 향한 부러움도 만끽하고 나서
얼마 전에 먹으려고 샀다가 도저히 먹을 수 없었던 카카오 함량 99%의 초콜릿을 꺼내 먹어봤다.
작가가 하라는 대로 먹어봤다. 그 맛은 먹어본 사람 만이 알 수 있다. 말로 형언하기 참으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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