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처럼 감각적인 소설이다.
미각을 사로잡는다.
그런데 상당히 엽기적이다.
조경란의 신작, 혀(tongue).
20여권에 이르는 참고문헌이 동원되었고 어느 부분은 요리의 레시피 쯤도 되고
레스토랑 운영이나 요리사의 서열이나 그들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들여다보게 하기도 한다.
소설은 1월부터 7월까지로 나눠져 있고 시작이 겨울인만큼 실연의 아픔이 얘기의 서두이다.
나, 정지원은 요리사다. Won's Kitchen 을 정리하고 레스토랑 "노베'로 다시 돌아간다.
나와 4년을 동거한던 남자는 나의 요리교실에 오던 모델출신의 8등신 미녀와 사랑에 빠지고
나는 남자를 잃게 되고, 내겐 그 남자의 개, 폴리가 남겨진다.
모델이 개를 싫어한다고 개를 놓고 간 남자는 가끔 개를 보러 온다.
요리사인 나는 귀가가 늦어지고 개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개를 남자에게 돌려보낸다.
그러나 남자에게로 돌아간 얼마 뒤 개는 모델이 휘두른 후라이팬에 얻어맞고 죽는다.
나는 모델은 감금한다.
노베에 사직서를 내고 이탈리아로 갈 결심을 하고 남자에게 마지막 요리를 먹인다.
그 요리는 혀로 만들어진 요리이다.
요리에 쓰여진 혀가 소의 혀인지 사람의 혀인지 굳이 밝히지 않고 있지만...
요리사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요리로 복수하는 일 밖에...
여자들이 음식을 만들 땐 음식만 만드는 게 아니다.
거기엔 분노와 불만과 요구와 슬픔과 그리고
애원이나 고통같은 게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 P88 >
음식을 함께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섹스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섹스를 할 수 있는 관계는
음식도 같이 먹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연인들의 데이트는 함께 만나 밥을 먹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섹스에 대한 본능적인 기대감, 호기심을 침대가 아니라 식탁에서부터 먼저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함께 밥을 먹으면 관계는 한층 깊어지거나 한 발 퇴보하거나
둘 중 하나다. 함께 밥을 먹는 것, 섹스하는 것, 그와 나는 두 가지 다 익숙한 관계이고
특별한 것을 할 줄도 안다. < P91 >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국자 속에서 남자가 허우적거리고 있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사랑. 이것은 여자와 남자에 관한 확장된 개념일지도 모른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요리사와 미식가는 최고의 파트너가 아닐 수 없다. 요리사는 자신이 만든 요리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천직으로 아는 사람이며 미식가는 좋은 음식에 대한 생각을 결코 멈추지
않고 그것을 먹는 데 완전히 열중하는 사람이니까. 그런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디선가 사람들이
섹스에 몰입해 있는 장면을 볼 때마다 나는 저들도 틀림없이 미식가일 거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난 겨울, 미닫이 문틈 사이로 한석조와 이세연을 엿본 후부터. < P144 >
혀, 소설 제목이 상당히 관능적인 만큼
미각적인 쾌락이 감각적으로 표현된 부분이 많지만 다 인용하지 않았고
나의 할머니, 할머니의 부엌, 삼촌, 친구 여문주에 대한 부분도 다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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