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은희경

나침반테스 2007. 11. 19. 17:42

 

 

전에 나를 젤소미나라고 부르던 남자가 있었어요. 젤소미나는 영화에 나오는 차력사의 애처로운

난쟁이 아내라고 알려주더군요. 그 남자는 기타 연주자였어요. 두툼한 기타 케이스를 들고 밤늦게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레스토랑에 커피를 마시러 왔죠. 자기 나이의 남자가 밤늦게 악기를 들고

피곤한 얼굴로 커피를 마시러 오면 모두가 가난하고 재능이 없으며 곧 해고될 노동자이니 커피를

되도록 뜨겁게 만들어주라고 당부하곤 했어요. 내가 가진 가장 깨끗하고 예쁜 웃음을 주면 더

좋다고도 했죠. 내일이 없는 남자에게 상냥하고 따뜻한 여자의 존재만큼 위로가 되는 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더군요.          < 고독의 발견 에서 >

 

 

 

 

 

정이 식으면 먹는 모습이 제일 보기 싫어진단다. 먹을 것을 뺏고 싶은 심정.

그거 죽으라는 소리 아니겠냐? 먹는 것만큼 치사한 것도 없어. 좋아지는 마음도 다 먹을 때에

생겨나고 살가운 정도 한밥상에서 나오는 거란다.   <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에서 >

 

 

사실 그 무렵에는 걸핏하면 눈물이 핑 돌았고 그 기분에 시 비슷한 것을 끼적이는 일이 잦았다.

세상 모든 일이 심각하지 않은 게 없으며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배우거나 깨닫지 않는

순간이 없었다.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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