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나무, 이순원

나침반테스 2007. 11. 16. 18:43

 

 

 

어른을 위한 동화엔 어떤 책이 있느냐고 내게 물으면

안도현의 "연어"와 실버스테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정도를 말할 것이다.

그런데 이제 한 권을 더 추가할 수 밖에 없다.

바로 이순원의 "나무"이다.

 

 

살아생전 할아버지에겐 둘도 없는 친구와도 같은 나무였습니다. 할아버지와 그 나무는 내게 사람과

나무가 오랜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될 수 있으며, 한 그루의 나무가 우리 인생의 큰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런 나무와 할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 작가의 말  에서 >

 

작가의 말에서 얘기했듯이 늙은 할아버지나무와 어린 손자나무가 봄부터 열매맺는 가을을

지나 겨울을 맞는 것으로 구성된 우화소설이다.

 

 

 

 

 

그 사람은 단지 한 집안의 오래된 가난을 벗기 위해 나무를 심었던 거야. 그렇지만 오랜 세월을

함께한 동무로서 돌아보면 그 두 가지의 일이 나에게는 참 상징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단다.

사람들이 산에 나무를 많이 심는 일이야말로 나라를 사랑하고 후손들을 사랑하는 일이기 때문이지.

                                                              < P 36 >

 

가난을 극복하기 위하여 나무를 심은 사람은 바로 지은이의 할아버지였다고 작가의 말에서

술회한 것을 보면 이 작품은 아주 오래 전부터 쓰기로 작정하고 있었던 스토리로 볼 수 있다.

 

 

 

첫해에 뿌리와 줄기를 뻗어 나무 모양을 갖춘 다음에도 씨밤이 썩지 않고 땅 속에 그대로 있단다.

그러다 다음 해 줄기가 더 크게 자라야 할 때 껍질만 남기곤 자기 몸의 영양을 다 내주는 거야.

                                                                                < P 144, 145 >

 

지은이는 이 한편의 소설을 쓰기 위하여 작가들은 다 그래야 하는 것이긴 하지만

식물들의 생존 번식에까지 다양한 공부를 한 흔적이 엿보인다.

나무들의 한해 살이가 우리네 인간들의 생활과도 흡사한 점이 여러 대목 보여지는데

한 부분만 인용하자면

 

우리나무의 일생에서 전부를 지키려다 전부를 잃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단다.

제일 큰 열매는 지키고 두 번째 열매는 버리거라.     < P 1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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