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동화엔 어떤 책이 있느냐고 내게 물으면
안도현의 "연어"와 실버스테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정도를 말할 것이다.
그런데 이제 한 권을 더 추가할 수 밖에 없다.
바로 이순원의 "나무"이다.
살아생전 할아버지에겐 둘도 없는 친구와도 같은 나무였습니다. 할아버지와 그 나무는 내게 사람과
나무가 오랜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될 수 있으며, 한 그루의 나무가 우리 인생의 큰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런 나무와 할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 작가의 말 에서 >
작가의 말에서 얘기했듯이 늙은 할아버지나무와 어린 손자나무가 봄부터 열매맺는 가을을
지나 겨울을 맞는 것으로 구성된 우화소설이다.
그 사람은 단지 한 집안의 오래된 가난을 벗기 위해 나무를 심었던 거야. 그렇지만 오랜 세월을
함께한 동무로서 돌아보면 그 두 가지의 일이 나에게는 참 상징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단다.
사람들이 산에 나무를 많이 심는 일이야말로 나라를 사랑하고 후손들을 사랑하는 일이기 때문이지.
< P 36 >
가난을 극복하기 위하여 나무를 심은 사람은 바로 지은이의 할아버지였다고 작가의 말에서
술회한 것을 보면 이 작품은 아주 오래 전부터 쓰기로 작정하고 있었던 스토리로 볼 수 있다.
첫해에 뿌리와 줄기를 뻗어 나무 모양을 갖춘 다음에도 씨밤이 썩지 않고 땅 속에 그대로 있단다.
그러다 다음 해 줄기가 더 크게 자라야 할 때 껍질만 남기곤 자기 몸의 영양을 다 내주는 거야.
< P 144, 145 >
지은이는 이 한편의 소설을 쓰기 위하여 작가들은 다 그래야 하는 것이긴 하지만
식물들의 생존 번식에까지 다양한 공부를 한 흔적이 엿보인다.
나무들의 한해 살이가 우리네 인간들의 생활과도 흡사한 점이 여러 대목 보여지는데
한 부분만 인용하자면
우리나무의 일생에서 전부를 지키려다 전부를 잃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단다.
제일 큰 열매는 지키고 두 번째 열매는 버리거라. < P 148 >
'책장 넘기는 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혀, 조경란 (0) | 2007.11.24 |
---|---|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은희경 (0) | 2007.11.19 |
일요일의 마음, 이남호 (0) | 2007.11.14 |
황금노트북, 도리스 레싱 (0) | 2007.11.14 |
나의 레종데트르, 김갑수 (0) | 2007.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