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도 긴...詩

노독 / 이문재

나침반테스 2007. 8. 7. 19:47

 

 

 

 
 노 독
 
                   이문재
 
어두워지자 길이
그만 내려서라 한다
길 끝에서 등불을 찾는 마음의 끝
길을 닮아 물 앞에서
문 뒤에서 멈칫거린다
나의 사방은 얼마나 어둡길래
등불 이리 환한가
내 그림자 이토록 낯선가
등불이 어둠의 그늘로 보이고
내가 어둠의 그늘로 보이고
내가 어둠의 유일한 빈틈일 때
내 몸의 끝에서 떨어지는
파란 독 한 사발
몸 속으로 들어온 길이
불의 심지를 한 칸 올리며 말한다
함부로 길을 나서
길 너머를 그리워한 죄
 


 

 

 

 

 

 

 

 

 

'짧아도 긴...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꽃, 고은  (0) 2012.06.10
강가에서 / 윤제림  (0) 2007.09.07
하늘을 깨물었더니 / 정현종  (0) 2007.07.20
후박나무. 하나 / 이용범  (0) 2007.07.16
어느 날 / 박형진  (0) 2007.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