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벌레 이야기, 이청준

나침반테스 2007. 6. 19. 21:06

 

 영화 "밀양"의 원작이 "벌레이야기"이다.

 

 

 

사람은 자기 존엄성이 지켜질 때 한 우주의 주인일 수 있고 우주 자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주체적 존엄성이 짓밟힐 때 한갓 벌레처럼 무력하고 하찮은 존재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은 그 절대자 앞에 무엇을 할 수 있고 주장할 수 있는가. .....

                                                                                              < 책의 서문에서 >

 

 

 

책보다 영화가 조금 더 자세하고 곁가지가 많이 붙었다.

원작에서 아들을 잃은 집의 형편은 영화와 좀 다르다. 미망인으로 남은 여자가 아니라 약국을 운영하는 부부로 설정되어 있는데

시종일관 남편이 아내를 관찰하는 시선으로 처리되어 있다.

 

아들을 잃은 부모의 심정은 아내나 남편이나 별반 다르지 않을 테지만

유독이 아내의 고뇌를 많이 그려냈다.

 

그래요, 내가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은 그것이 싫어서보다는 이미 내가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게 된 때문이었어요.

집사님 말씀대로 그 사람은 이미 용서를 받고 있었어요.

나는 새삼스레 그를 용서할 수도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어요.

하지만 나보다 누가 먼저 용서합니까.

내가 그를 아직 용서하지 않았는데 어느 누가 나 먼저 그를 용서하느냔 말이에요.

 

용서의 문제다.

유괴범을 누가 용서하느냐다.

아이의 엄마는 자기가 용서하는 관용를 베풀고 싶었는데 이미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이

용서했다는 사실 앞에서 허탈해진다.

 

 

 

유괴범에게 교수형이 집행되고 그 소식을 라디오로 듣게된 아내는

다음 날 음독하고 자살한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정신병의 나락으로 떨어져 자살을 시도한 것과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 유감스러운 점 ; 전도연의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작품이라 하여 출판사에서 작가를 

                          등에 업고 유명세를 단단히 누리고 있는 점이다.

                          책의 분량으로 봐서는 중편이라 하기에도 짧고 내용면으로 보면 단편에 해당한다.

                          그런 작품을 반이상 일러스트로 채워서 겨우 한 권의 책을 만든 것이다.

                          작가도 전혀 의도하지 않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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