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질투, 로브그리예

나침반테스 2007. 6. 18. 23:12
 
 
 
남자의 질투,
아내의 불륜에 대한 심증만 있다.
끝없이 의심하는 시선을 보내는 남자의 질투가 기하학적으로 건축학으로
측량으로 자로 재듯이 그려져 있다.
 
 
참 재미없는 소설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야 하는소설이다.
누보 로망.
소설기법의 공부로 생각하고 읽어야 한다.
 
소설 속에서 화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그'라고도 '나'라고도 하지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카메라 아이(camera eye)가 있을 뿐이다.
 
스토리는 아주 단순하다.
아프리카 어디쯤 프랑스 령의 바나나 농장이다.
아내와 이웃집 남자 프랑크가 함께 편지도 주고받고 네 시간이나 걸리는
시내에 볼 일보러 갔다가 차가 고장났다고 다음날 돌아오기도...
오로지 이것 뿐이다.
 
 
벽의 밝은 페인트칠 위에 A...의 정면으로 보통 크기(손가락만큼 긴)의
지네가 약한 불빛에도 불구하고 선명하게 보인다.
 
바로 그 순간, 아무 장식없는 벽 위에 지네가 짓이겨지는 장면이 벌어진다.
 
맞은 편 벽에는 지네가 있다. 벽 가운데 또렷하게...
 
지네의 다리가 비슷한 길이의 관절 네 개로 이루어져 있다면,
 
프랑크는 아무 말없이 일어나서 수건을 든다.
그것을 둥글게 말아서 살금살금 다가가더니 지네를 벽에다 짓이긴다.
 
지네 얘기는 여러 번 반복적으로 나온다.
지네 얘기를 왜 자꾸 하는지 모르겠다. 분명 의미가 있을 텐데... 답답했다.
불편한 소설을 읽는 쾌감이랄까?
그런 것이 있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