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雪國 , 가와바타 야스나리

나침반테스 2007. 3. 8. 16:07

 

 

 

 

 

** 삼월인데도 눈이 내린다.

    제법 쌓이기까지 한다.

    어제도 내렸고 오늘도 내린다.

    봄은 머잖았는데 봄시샘을 된통하고 있다.

    눈이 내리는 날, 설국을 꺼내들었다. 참, 기특하게도...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은 1968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다.

워낙 명작이라 다들 작품의 제목은 기억하지만 어떤 내용인지는 잘 모르리라.

나 또한 분명히 전에 읽었다.

그런데 작품에 대한 기억은 없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소설은 인물과 배경은 살아있는데

이렇다 할 만한 사건이 없기 때문이다.

 

 

눈이 많이 내리는 고장을 배경으로 쓰여졌고, 백설이 뒤덮힌 온천장 일대의 자연, 풍속, 인정이

잘 나타나 있다. 동양적이면서 가장 일본적이었던 탓에 이 소설이 노벨 문학상을 거머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일찍부터 세계 각국으로 번역되어 소개되기도 했지만.

 

 

 

 

 

 

 

 

 

 

등장인물은 서양 무용에 관심이 많으며 부모의 유산으로 무위도식하는 시마무라라는 남자,

설국의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게이샤 고마코, 아름다운 청순한 소녀 요코,

요코와 시마무라가 같은 기차를 타고 이곳 설국에 오는 얘기로 시작한다.

 

 

하얀 눈빛이 나지막한 집들의 지붕을 한층 더 낮게 보이게 했고, 마을은 쥐죽은 듯 고요히

가라앉아 있는 듯 했다.  P17

 

날이 갈수록 단풍의 적갈색이 어두워져 가고 있던 산은 첫눈으로 산뜻하게 되살아났다.

엷게 눈이 쌓인 삼나무 숲은 그 삼나무의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눈에 띄어, 날카롭게 하늘을

가리키면서 땅에 내린 눈을 딛고 섰다. P133

 

 

 

 

 

 

 

 

2월 14일에는 새쫓기놀이가 있다. 눈고장다운 어린이의 연중 행사다. 열흘 전부터 벌써 마을 어린이은

짚신을 신고 눈을 밟아다져 그 눈으로 된 널조각을 두 자 넓이쯤 되게 떠내어, 그것을 겹겹으로 포개고 쌓아서 눈사당을 만든다.

그것은 사방 세 간에다 높이 열 자 남짓되는 눈사당이다.   P84

 

아, 은하수 하고 시마무라도 우러러 보는 순간에 은하수 속으로 몸이 불현듯 떠올라가는 듯했다.

은하수의 밝은 빛이 사마무라를 떠올릴 듯이 가까웠다. 나그네 길에 나섰던 바쇼가 거친 바다 위에서

본 것은 이처럼 선명한 은하수의 거대함이었을까?  P146

 

 

 

 

***  무위도식하는 시마무라는 게이샤 고마코에게 마음이 자꾸 간다. 도시에 있다가도 시간이 나면

이 마을에 와서 머문다. 고마코와 밋밋하게 지내는 얘기가 대부분이다.

확실하진 않지만 고마코가 게이샤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녀의 약혼자가 중병에 걸렸고

간호할 경비조달로 게이샤가 되었고 그를 간호했던 소녀가 요코이다.

 

 

약혼자는 죽었고 요코는 도쿄로 돌아가지 않고 이 마을에 아직 머무르고 있다.

위에 인용한 은하수가 빛나던 날 밤에 마을 꼬치창고엔 화재가 발생하고 그곳에서 영화를 보던

요코는 실신한다. 죽었을까? 작품에서 표현한 대로 실신만 한 걸까? 작품 속의 인물 비중으로 봐서

그녀의 생사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버티고 선 채 눈을 쳐든 순간, 쏴아하는 소리를 내면서 은하수가 시마무라의 속으로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P156 (소설의 말미)

 

 

 

 

13년에 걸쳐 쓰여진 소설이라 한다.

티없이 맑고 깨끗한 설국의 세계를 감각적인 수법으로 그린 상징적인 심리소설 또는 분위기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