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이언 맥큐언의 세 번째 책.
"속죄(영화로는 어톤먼트)"가 "체실비치에서"를 읽게 했고
"체실비치에서"는 다시 "이런 사랑"을 읽게 했다.
내가 읽은 세 작품 중에서 나의 성정에 맞는 책은 "이런 사랑"이다.
흡입력이 뛰어나 책에 몰입이 잘 되고 그만큼 구성력도 뛰어나다.
표지그림에도 잘 나타나듯이 풍선 사고가 나고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죄의식이 낳는 번민과
그 사고로 죽은 남편의 도덕성을 의심하는 미망인의 고뇌가 그려진다.
런던 근교의 칠턴스 경사지, 풍선이 거의 지표면에 도달할 즈음,
풍선 안엔 아이 한 명이 있었고 주변엔 피크닉 온 부부, 옆 고속고로를 달리던 차의 운전자,
또 거대한 물체에 관심을 가진 주변 사람들.. 일제히 풍선에 몰려들며 풍선 줄을 잡았다.
그때 기류변동으로 풍선은 위로 떠오르고 아이는 미쳐 구조하지 못한 상황,
줄을 잡고 있던 네 명의 남자는 줄을 놓치며 땅으로 구르고 한 남자만이 줄을 끝까지 놓치 못하다가 결국 추락사하고 만다.
"나" 는 아내 클라리사와 집으로 돌아와 그날 있었던 사건과 한 남자의 죽음을 본 것에 대한 번민으로
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겨우 잠이 들 무렵 한 남자(풍선사고 현장에 있었던 패리)의 전화를 받는다.
그 날로부터 그남자의 집요한 병적인 사랑이 시작된다. 한 남자가 남자에게...
집요한 전화, 나의 집 앞에서 무작정 기다리기, 편지, 미행...
나는 풍선사고의 현장에 같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패리의 끈질긴 구애작전의 노예가 된다.
그러면서 아내와는 틈이 벌어지고 아내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레스토랑에서
총격사건(그 자리에 패리가 있었다)이 일어나자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며 나도 불법총기구입을 하게된다.
총을 가지고 집으로 오는 중 패리에게 협박 당하고 있는 아내의 전화를 받는다.
내가 거실에 막 들어서고 얼마 되지 않아 패리가 칼을 꺼내 자신의 목을 그을 자세를 취하자
나의 총은 앞뒤 볼 겨를없이 불을 뿜고...
한편 죽은 남자 로건의 미망인은 남편이 운전 중이었던 차 안에서 피크닉세트가 나왔고 어느 여인의 스카프가 나왔다며
죽은 남편의 불륜을 의심한다. 남편을 잃은 슬픔에 가중되는 죽은 남편을 향한 증오까지.
그러나 결국 그날 남편은 혼자 운전 중이었고
자동차고장으로 길에 서있던 한쌍의 남녀를 태웠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패리도 자해를 저지르던 날 죽음으로까지 가진 않았고 경찰에 넘겨져 병원에 감금되었다.
패리는 병원에 수용되어있으면서도 내게로 보내는 편지를 쓰고 있다.
패리의 병명은 동성애적강박증, 드 클레랑보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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