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는 소리

제비를 기르다, 윤대녕

나침반테스 2009. 4. 2. 14:18

 

 

 

 

 

 

여자는 영원의 나라를 왕래하는 철새같은 존재란다, 기억해둬라.

< P 52 >

 

 

 

 

 

 

 

 

철새같은 존재인 여자 셋이 있다.

나의 어머니, 가출하고 돌아온 날 나를 안아준 작부 문희, 나의 한때의 연인 문희.

 

제비가 남쪽으로 가고 난 뒤엔 나의 어머니도 정처없이 어디론가 가출하는 버릇이 있다.(다분히 소설적이다)

남겨진 나와 아버지는 고독을 껴안고 겨울을 나고

처마밑 제비집에서 떨어진 제비새끼를 키워내고서 그 제비가 남쪽으로 날아간 날,

나 또한 어머니를 닮듯이 가출하고

가출한 나를 데려온 아버지는 읍내 작부집 앞에 나를 세워둔 채 술을 마신다.

 

술집 앞에서 아버지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작부 문희가 음식을 가져나와 나의 볼에 뽀뽀를 한다.

오랫동안 그 뽀뽀는 나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제대하던 날 버스 옆자리에 동승한 여자와 대화를 나누다 그녀의 이름이 문희란 말에

오래 전의 기억이 확 되살아나며 떠나온 강화를 다시 찾게된다.

 

문희와 나의 앞날은 늘 불투명했으며 엇갈리기만 했다.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내가 아들을 낳아 살 무렵에 어머니는 강화로 다시 들어가 아버지와 별거한다.

어머니를 만나러 간 어느 날 읍내 작부 문희 집에 들러 이미 할머니가 된 문희를 만나 지난 날을 얘기한다.

문희 할머니가 내 기억을 해줄리 만무하지만 난 문희할머니를 어머니인 양, 한때의 문희인 양 여기며 편안함을 느낀다.

 

 

 

 

 

작가가 추천하는 작가의 책이 거의 단편집에 치중된다.

장편을 갈구하는 나의 취향엔 조금 어긋나지만 언제 누구의 추천으로 단편을 벗어나기도 했으면...

 

작가는 이 소설을 원주의 토지문학관에 들어 앉아 썼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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